[글로벌리포트]월드인사이드-`유럽대표` 영국 e커머스

 국내에서 인터넷 쇼핑은 오픈마켓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 여러 쇼핑몰 패키지 상품이 나와 있어 주부나 젊은이들뿐 아니라 유명 연예인들도 무점포 인터넷 쇼핑몰 창업에 나서고 있다. 말하자면 한국형 인터넷 커머스는 주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상업 공간에 특화된 신규 사업자들이 주도하는 양상이다.

 오픈마켓 외에 컴퓨터 등에 특화된 쇼핑몰도 기존의 대형 유통사가 온라인으로 확장해 간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성장해서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전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의 e커머스는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의 e커머스는 유럽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2006년에는 전년 대비 무려 51%의 성장률을 기록해 유럽 전체 e커머스 시장 규모의 42%(560억달러)를 차지했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인터넷 보급과 활용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처질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랄 만하다.

 영국 상업 환경은 슈퍼마켓(TESCO, ASDA, Sainsbury 등)부터 스포츠용품(JCB), 컴퓨터(PC World), 전자제품(Currys), 가구, 집·정원(Homebase, B&Q), 생활화학·의약(Boots) 등 많은 품목에서 대형 전국 체인 매장이 지방 소도시까지 상권을 장악한 가운데, 소규모 지역 토착 점포들과 공생 아닌 공생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대형 체인들이 경쟁적으로 완벽한 온라인 쇼핑 시스템을 구축하고 온라인 가격을 할인해 주는 등 공격적으로 인터넷 커머스 개척에 나섰기 때문이다.

 더불어, 독립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중소상인들도 인터넷 커머스의 잠재력에 눈을 뜨며 홈페이지를 만들고 간단한 쇼핑몰 기능을 갖추기 시작했고, 오픈 마켓에도 진출했다.

 영국의 오픈 마켓 시장은 아마존과 이베이로 양분되는데, 이러한 독과점적인 상황이 오히려 e커머스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 아마존은 자체적으로 서적, 패키지미디어 그리고 전자제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같은 상품을 두고 입점 업체들과 대등하게 경쟁한다. 특히 서적은 영국 내 수많은 중소규모 서점, 분야별로 특화된 서점, 중고 및 고서적 전문 서점 등이 아마존에 판매자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베이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연합 내 나라는 물론이고 미국 이베이와도 연결돼 있어 외국에서 등록된 물품을 검색하고 구입하는 데에 아무 불편이 없다. 특히 유럽연합이 경제적으로 통합되면서 통관 절차가 없어졌으므로, 영국에서 이탈리아 판매자에게 에스프레소 기계를 주문하는 것이 집 앞에서 신문 사는 것만큼 쉽다.

 대금 결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데, 무통장입금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보안상 꺼려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한국에서 거의 보급되지 않은 페이팔(paypal) 서비스가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오픈마켓에서뿐만 아니라 소규모 쇼핑몰에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특히 해외 거래 시에 편리하다. 이용자는 페이팔에 미리 결제수단을 등록시켜 놓기만 하면, 계정 로그인만으로 결제를 진행할 수 있으며 구매자 보호 프로그램이 항상 제공된다.

 영국은 대형 체인의 온라인 진출로 e커머스가 본궤도에 올랐고, 오프라인에서 기반을 닦은 중소상인들이 따라나섰으며, 더 큰 시장에서 더 많은 구매자와 연결할 수 있는 오픈마켓 인프라가 자리를 잡았다. 온라인에 한정된 영세 소점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며, 너무 많은데다 내수 시장만 바라보는 오픈마켓에서 출혈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 사장님들’이 영국의 선례를 본받아 시장환경개선에 관심을 갖고, 오프라인 중소상인이 인터넷 활용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박상욱 박사. 영국 서섹스대 과학기술정책연구단위(SPRU) Sangook.Park@sussex.ac.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