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그림도 그대로 그린다

고흐 그림도 그대로 그린다

  ‘점묘법의 대가는 세잔이 아니라 컴퓨터?’

 앞으로 고흐, 이중섭 등 유명 화가의 화풍을 컴퓨터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중앙대 윤경현(컴퓨터공학부)·박진완(예술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비사실적 렌더링 연구팀’은 특정 화가의 붓 터치와 표현 기법을 해석한 뒤 이를 그림으로 완벽하게 구현하는 ‘디지털 초상화 시스템2.0’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실시간으로 특정 화가가 그린 것처럼 모사해 디지털 초상화로 변환, 출력하는 게 특징이다. 이를 이용하면 이중섭이나 피카소 등 유명 화가 특유의 화풍을 PC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개발한 버전1.0 제품의 경우 유화만을 그릴 수 있었지만 이 시스템은 펜화·연필화·파스텔화·점묘화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거의 모든 화풍을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인간적인 냄새를 강조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의 경우 실제 화가의 작업 순서에 따라 구동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어두운 곳을 표현한 뒤 점차 밝은 면을 그려내는 식이다. 또 보색 대비 원리를 지키고 붓의 두께도 굵은 붓에서 세밀한 붓으로 점차 조절해 나가는 등 작업 중 보이는 화가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시스템에 적용했다.

 겉모습도 바꿨다. 이전 PC형태의 단순함을 뛰어넘어 대형 캔버스를 바탕으로 한국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거울(경대 모양)로 만들어졌다.

 윤 교수는 “지난 2006년 우리가 개발한 SW보다 한 차원 더 화가들이 그려내는 방식에 다가갔다”며 “계속적으로 진화시키다 보면 유명 화가들의 화풍을 좀 더 세밀하게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제품 개발 시 예술적인 기능을 보완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술적 표현을 주로 담당한 박 교수는 “복합학(interdisciplinary studies) 차원에서 서로 다른 전공분야와의 협업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를 얻어낸 게 가장 큰 성과”라며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표현방법을 개발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현기자@전자신문, arg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