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시장을 지배하는 KT와 SK텔레콤(SKT)의 결합상품 할인율을 10%에서 20%로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통신 요금 인하의 공은 사업자들에 넘어갔다. 정부 인가가 필요 없는 자율 할인 폭을 늘림으로써 사업자의 자발적인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가 어떻게 대응할지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할인 폭을 늘려 고객을 유인하는만큼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흐름(결합판매)’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T-하나로 결합 영향 클 듯=유무선 통신 결합상품은 시장의 플레이어가 KT그룹 한 진영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LG그룹이 있긴 하지만 KT와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효과는 낮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하나로 인수 인가를 받은 SKT는 영업점 지원 및 과금 시스템 지원 체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유무선 결합상품을 출시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르면 4월, 늦어도 상반기가 목표다. 이미 SKT가 가족 단위로 마케팅 포인트를 바꾼 상황에서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묶음 상품은 딱 들어맞는다. 문제는 할인 폭이다. 이미 망내 할인을 이용하면 가입 기간에 따라 최대 30%까지 요금이 할인되는만큼 여기에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하는 가입자에게 어느 정도의 추가 할인을 할지가 주목거리다.
KT도 기존 집전화에 2000원만 더 내면 인터넷전화(VoIP)와 초고속인터넷(메가패스)을 함께 쓸 수 있는 결합상품 요금약관신고를 마치고, 내달 초 출시 예정이다. 나아가 KT는 종전의 결합상품과 달리 VoIP와 메가패스 두 상품만 제공 여부도 검토중이다. 기존 집 전화 가입자를 타사의 VoIP 고객으로 이전을 막는 동시에 메가패스 가입자를 묶어두려는 ‘가입자 유지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다.
◇데이콤 등 후발사도 대응 나설 듯=요금 할인 경쟁력은 후발사들이 더 크게 마련이지만, 선발사의 적극적인 요금 할인에 대응한 전략을 다시 세우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LG데이콤이 출시한 ‘TPS(엑스피드+myLG070+myLGTV)’ 상품은 엑스피드와 myLGTV를 각각 10%, 20%씩 할인해주고 있다. 3년 약정 기준, 3만5200원이다.
LG데이콤 관계자는 정부의 결합 상품 요금 할인 폭 상향 조정을 놓고 “진정한 의미의 TPS 등 LG데이콤이 제공 중인 결합서비스의 본원적인 경쟁력 강화로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선발사업자의 20∼30%대의 요금 할인 상품 출현은 재판매사업자(가상사설망사업자·MVNO)가 출현하는 통신 시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재판매 사업 관련, 고시로 지배사업자의 도매요금을 규제할 계획인데, 이미 일정 수준 인하된 상품 대다수가 시장에 자리 잡은 상황에서 도매요금이 그만큼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망=현재로선 요금 인하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속단할 수 없다. 무엇보다 결합상품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가계 요금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이동전화 요금은 선발 사업자가 이미 30% 가까운 할인 정책을 내놓는 등 고객을 결합상품으로 유인하기 어려운 단일 상품의 요금경쟁력이 먼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도 결합 활성화를 막는 요인이다. 궁극적으로 고객이 단일 상품보다 결합을 택함으로 인해 요금 절감 효과가 커야 한다.
KT 관계자는 “사업자들의 결합 상품 판매 의지가 우선돼야 결합으로 인한 요금 인하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 지배적사업자의 결합상품 할인율을 20%로 확대해 쉽게 요금을 할인할 수 있는 조건이 시장에서 얼마나 현실화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혜선·황지혜기자@전자신문, shinhs·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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