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그동안 특검 여파로 의사결정을 미뤘던 주요 경영현안에 마침내 손대기 시작했다. 당장 올해 전사 경영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투자나 해외 공장설립 등 시급한 사안들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경영위원회를 열어 베트남 휴대폰 공장 설립을 확정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현지 자회사인 삼성전자 아시아 지주회사에 505억원을 투자, 이르면 오는 7월 베트남 하노이 인근 박닌 성옌퐁 공단에 연산 3000만대 규모의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베트남 공장은 장기적으로 최대 생산거점인 경북 구미(연간 8000만대) 이상의 양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베트남 정부측과 실무협의를 끝냈지만, 그동안 경영진들이 특검에 불려다니느라 경영위원회를 열지못해 의사결정을 미뤄왔다. 그러나 당장 올해 공격적으로 수립한 휴대폰 판매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빠듯한 생산능력을 조속한 시일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천진 공장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린 것이나 해주의 오디오 공장에서도 150만대 생산시설 확충에 이어 300만개 라인을 추가 증설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 달에 몇백만개씩 수요를 못 맞추는 등 물량 때문에 애를 먹었다”며 “국내보다 인건비 등이 저렴한 곳을 중심으로 생산 기지를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이날 내년 가동에 들어가는 TFT-LCD 8-2 라인 구축을 위한 건물 외관 및 골조 공사에 2147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8-2 라인은 현재 일본 소니측과도 합작 투자를 협의중인 차세대 공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올해 LCD 시설투자에만 총 3조7000억원을 투입키로 한 바 있으며, 이 범위내에서 현재 7세대 및 8-1 라인에 대한 신증설 및 보완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에 8-2라인을 가동해야하는 만큼 소니와의 협상결과를 떠나 건물공사는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1조3479억원 규모의 반도체 라인 투자도 결정했다.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에만 7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만 밝혔던 삼성전자가 마침내 시급한 라인 투자부터 시작한 것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