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와 의욕적으로 협력사업을 추진해온 다국적 서버·스토리지업계가 좌불안석이다. 협력사업의 성과가 기대에 못미치거나 공조관계 역시 두텁지 못하기 때문.
한국후지쯔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지난해 4월 본사 차원에서 공동 개발한 유닉스서버 ‘스팍엔터프라이즈’(코드명 APL)를 나란히 출시했으나 두 회사가 동일한 제품의 마케팅 및 영업을 별도로 진행하다 보니 제품 출시 이후로는 사실상 협력관계가 중단된 상황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그나마 한국썬이 최근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다중채널통합(MCI)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한국후지쯔는 고객과의 관계를 이유로 아직 이렇다할 실적을 외부에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한국후지쯔의 유닉스서버 시장 점유율은 5.4%에 그쳤다.
한국썬은 지난해 앙숙에 가까웠던 인텔·마이크로소프트와 x86서버 부문에서 과감하게 손잡았으나 이 역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못거두고 있다. 한국썬은 x86서버시장에서 HP·IBM은 물론 삼성전자·델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스토리지 분야의 성공적인 협력사례로 꼽혀왔던 델-EMC의 공조도 최근 변수를 만났다. 델코리아는 EMC의 미드레인지급 스토리지를 ‘델/EMC’ 공동 브랜드로 시장에 공급해 왔다. 하지만 델이 본사 차원에서 인수한 인터넷프로토콜(IP) 스토리지업체 이퀄로직의 제품을 지난달 국내에 출시함에 따라 EMC와의 공조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델로서는 EMC의 광채널(FC) 기반 SAN(Storage Area Network) 스토리지에 이퀄로직의 IP 기반 SAN 스토리지를 더해 중소기업용 제품군을 넓히기 위한 조치였지만 같은 중소기업 고객층을 놓고 양사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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