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기기 산업을 수출 주도형으로 선진화하려는 산·학·연 공동의 발전전략이 나왔다. 정체 상태의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 지원 획득이나 실질적 산업 발전을 위해 명확한 사업 목표를 설정하는 등 추진 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전기산업기술연구조합 부설 중전기기 미래성장기술위원회(위원장 김재철)는 최근 2020년까지 1조2700억원을 투입해 수출 주도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뼈대로 한 중전기기산업 발전전략 초안을 마련했다고 24일 밝혔다.
LS산전·숭실대학교·산업연구원·한국전력공사 등 업계 주요 기업 및 연구기관·수요처가 모두 참여한 이 위원회는 지난해 3월 디지털 및 친환경 중전기기 개발 등 신기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발전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는 2020년까지 중전 분야를 수출 주도형 산업구조로 재편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07년 22조원가량인 중전기기 생산 규모를 2020년까지 57조원으로 늘리고 연간 수출액도 현 62억달러 수준에서 176억달러로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성과창출 및 수출 주도형 기술개발 역량강화 △기술개발성과 극대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친기업적 중전기기산업 활동 지원 △친해외수출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위원회가 마련한 전기기기산업 기술로드맵의 301개 세부 기술 연구개발(R&D)에 오는 2020년까지 1조2700억원을 투입한다. 200억원 안팎인 한전의 중소기업 협력 R&D자금 지원 규모 확대도 검토하기로 했다.
선진 중전기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전력IT 및 신기술 R&D 과제의 결과물을 국제표준화할 방침이다. 핵심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연구하며 인력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진행한다. 이 외에 지식경제부와 협력해 국가계약법, 전기사업법, 수요처 입찰제도 등 중전기기산업의 활력을 저해하는 제도를 개선 또는 정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연구조합은 “정체 상태의 중전기기산업계가 스스로 선진화하려는 첫발을 뗐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목표의 명확성이나 사업 모델의 구체화가 미흡해 원활한 사업 추진과 지경부와의 업무 협조 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최근 열린 위원 간 첫 검토 회의에서 이 점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당시 위원으로 참석한 이승연 지식경제부 사무관은 “전략의 기대효과를 먼저 기술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웅 LS산전 최고기술책임자(CTO)도 “해외 경쟁력 제고와 관련된 정량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철 위원장은 “이르면 4월까지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 사업 목표를 구체화해 다시 위원회의 검토 회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