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적인 IT업계 협단체인 부산정보기술협회(회장 안현태)가 회원사의 외면과 열악한 시장 상황, 집행부의 소극적인 태도 등이 맞물리는 악순환으로 휘청이고 있다.
올 초 정기 총회 때는 전체 회원사의 10%가량인 10여명만이 참석했다. 지난달 이사회 때는 이사진 25명 중 5명만이 나타났다. 이 같은 업계 외면으로 협회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비납부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정적으로 궁핍해진 협회 측은 사무전담 인력확보는커녕 현재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회원사 사장은 “협회 회원사인 기업을 위해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협회 사업이 대부분 정치적·형식적 행사에 그치고 정작 회원 기업들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사업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비도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깝다는 생각에 안 내는 것”이라며 “협회 행보와 다른 회원사의 납부 상황을 지켜본 후 내도 낼 것”이라 덧붙였다.
반면에 협회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협회 사업이나 행사가 관이나 학계 쪽하고만 연관돼 있어 개별 기업 문제나 애로사항을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 문제기는 해도 더 큰 책임은 협회의 주인이 회원사라는 인식 없이 협회 활동에 등을 돌리는 회원사들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부산 IT업계의 전반적인 열악한 상황이 협회 비활성화의 근본 문제라고 지적한다.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원로급 IT기업인은 “회원사 참여 부족이나 집행부의 소극적인 모습을 탓하기 전에 워낙 업계 자체가 어렵다 보니 필요한 사업 추진도 나아가 활기찬 참여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협회 무용론’ 내지 ‘물갈이론’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6년째 회원사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는 K 사장은 “협회는 왜 있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업은 왜 협회에 가입하는지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것 같다”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으로 치부되고 있는 협회는 존재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안현태 부산정보기술협회 회장은 “기업간 교류는 물론이고 협회 집행부와 일반 회원 간의 교류를 확대해 달라진 협회를 만들고 싶었는데 안타깝다”며 “어디서부터 해결점을 찾아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