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지인(知人)들에 대한 ‘봐주기’ 전통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훌륭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봐주기’가 경제적으로 서방국가들을 따라잡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봐주기’ 전통을 한국 사회 관습의 한 단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국인은 외국인이 보면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사업 거래에서 한국인은 성과와 능력보다는 인간관계 등에 집착하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 유수의 대학에 대한 입학 허가는 외국과 마찬가지로 실력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대입 경쟁의 결과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오르는가에 중요하고 영속적인 영향을 끼친다.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면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 보여야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단 한 번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나면 성공을 제공할 광범위한 인적 접촉의 네트워크 안에서 인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03 경희대 수시2논술고사 재인용
(나)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목적을 가지고 상이한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들의 집합이다. 사람들은 여러 유형의 결사(結社)를 통하여 자신의 이해관계를 최적화·극대화하며, 또한 그 속에서 개인과 가족을 넘어서 ‘사회적 친화(親和)’를 도모한다. 따라서 개인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다양한 층위의 사회적 결사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혈연(血緣)·지연(地緣)·학연(學緣) 등은 사회적 친화를 확대하는 가장 핵심적인 매개체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고(緣故)’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력한 나머지, 타인이나 타집단에 대하여 ‘공격적인 배타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연고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종친회, 향우회, 동문회 등은 가족적 친밀성을 사회적 수준으로 확대하는 데 기여함은 물론, 계급·계층간 융화와 공동체적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연고에 근거한 다양한 결사의 구성도 공동체적 삶에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의 안정과 지속을 정당화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01 동국대 정시논술고사 재인용
(다)재벌 조직은 흔히 족벌 경영을 한다는 이유로 비난받는다. 그렇다면 벤처는 재벌과 얼마나 다른가? 벤처 사업의 요람이라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이들 기업을 서로 연결해 주는 네트워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종(人種)이다. 유대인 기업은 유대인 기업과, 중국인 기업은 중국인 기업과 협동하며 사업을 한다. 족벌과 과히 다르지 않은 특징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네트워크의 기준은 또한 학연이다.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공부하며 알게 된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사업을 하고 있다. 재벌의 문제인 혈연과 학연이 이곳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벤처의 조직과 연결 방식은 한국적 인간 관계와 사회적 신뢰의 기초가 되는 혈연, 지연, 학연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로 친밀한, 그래서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소수의 집단이 학교와 지역, 그리고 가정에서 함께 일하고 생활하면서 벤처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08 중앙대 정시논술고사 재인용
(라)국내 IT업계 인맥 형성과정에 학연(學緣) 대신 직연(職緣)이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전자신문이 창간 25주년을 맞아 IT업계에 종사하는 CEO급 임원 550명을 대상으로 인맥을 조사한 결과, 과거 IT인맥을 주도했던 명문고 세대가 급속히 퇴조하고 대신에 6대 대기업과 다국적기업 출신 CEO들이 강력한 파워엘리트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명문고 세대가 퇴조하고 그 자리에 6대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 중심의 인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58년생 이후 도입된 고교평준화 제도와 해외 조기유학의 여파로 학맥이 분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명문대 출신이 국내 IT업계에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학연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과거 명문고 출신이 국내 IT업계에 끼쳤던 막강한 영향력이 퇴조한 것은 IT업계의 인력 풀이 그만큼 다양해졌고, 인맥 형성 과정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그동안 지나치게 학연이나 지연 의식이 만연해 있다는 비판이 높았던 만큼 명문고 중심의 학연퇴조 현상은 바람직한 측면이 있으며 가급적 지양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학연을 전적으로 외면하기는 힘들겠지만 실력이나 자질로 능력을 인정받는 사회 풍토가 빨리 조성되어야 IT업계 전반의 인력 풀이나 인맥 형성과정이 보다 역동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직연’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일면 긍정적이다. 동일한 직장에 몸담으면서 상대방의 능력, 자질, 품성 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가능하고 이 기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맥을 형성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직연’이 인간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관계이기는 하지만 직연이 절대적인 변수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가끔 IT업계에 장기간 몸담았던 임원이 다른 직장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의 인맥을 모두 데리고 퇴사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직연을 인재 발굴과 자연스런 유대관계 형성의 통로로 여기기 보다는 다른 직장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의 파워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불미스런 일로 직장의 횡적인 유대관계가 무너지고 인적 네트워크에 균열이 생긴다면 IT업계 전반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직연보다는 능력과 자질이라는 잣대가 훨씬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현재 6대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인맥구조도 점차 다원적인 구조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이나 6대 그룹을 제외한 대기업에도 우수한 인적자원은 아주 많다. 이런 우수한 자원들이 IT업계 파워엘리트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활력을 불어넣을 때만이 우리 IT업계는 성장엔진을 멈추지 않고 희망을 키워갈수 있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면 파워엘리트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원동력은 아니다. 파워엘리트를 돋보이게 한 수많은 IT업계 종사자들의 땀방울과 끈기가 없었다면 파워엘리트는 존재 의미가 없다. 상대방이 갖고 있는 숨어 있는 자질과 고귀한 품성을 찾아내는 눈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맥형성의 제1 원칙이 되어야 한다.
-전자신문 2007년 09월 17일자
1. 내용 파악하기
제시문 (가)에 나타난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25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2. 비판하기
제시문(나)와 (다)를 바탕으로 제시문(가)에서 지적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봐주기’ 전통을 비판하시오. (400자 내외)
3. 종합적으로 논술하기
제시문(라)를 바탕으로 오늘날 ‘직연’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제시문(가)∼(라)를 바탕으로 21세기 우리가 맺어야 할 올바른 인맥형성에 대해 서술하시오.(1,000자 내외)
- 김은정, ㈜엘림에듀 집필위원·엘림에듀 대치 직영학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