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어느날 그 길에서

황윤 감독의 ‘어느날 그 길에서’는 로드킬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로드킬은 야생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 사망하는 것을 일컫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최태영, 최천권, 최동기는 세 연구원은 3년째 국내 최초로 로드킬에 관한 연구하고 있다. 황윤 감독은 1년간 지리산 일대 세 도로에서 로드킬을 조사하는 이들과 동행하며 도로 위에서 무참히 죽어간 야생동물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로드킬의 잔혹한 현실을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겨울잠에서 깨 몸을 말리러 나온 뱀, 새끼를 밴 고라니 등 희생된 동물들 각자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인간과 동물이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강조한다.

연구원들이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만들면 로드킬을 줄일 수 있다’는 가설 자체를 고민하는 장면은 ‘도로건설’이 불러온 결과가 단순히 몇몇 동물의 희생 이상임을 느끼게 한다.

다큐멘터리는 로드킬을 해결할 수 있는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건설교통부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황 감독의 말처럼 이 다큐멘터리는 개발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희생과 착취를 곱씹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27일 개봉.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