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 머니게임 줄었나?’
올해 대주주가 바뀐 코스닥 종목 수는 76개로 지난해보다 9.1% 줄었다. 또 대주주가 교체된 종목들의 주가 등락폭도 몇몇 종목을 제외하고는 크지 않았다. 코스닥시장이 많이 침착해 진 것이다. 과거에 대주주가 바뀌면 작전세력이 붙어서 주가가 요동치던 모습과는 다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증시 상황 악화, 금융시스템 정비, 똑똑해진 투자자 세 가지 원인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작전세력이 인수합병(M&A) 등으로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장 상황이 좋을수록 유리하다. 증시에 유동성이 풍부할수록 자금을 끌어들이기도 쉽고, 작전세력이 작업을 하기 수월하다. 그런데 올 초부터 글로벌 악재로 인해 증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작전세력들이 머니게임을 펼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금융시스템이 잘 정비된 것도 작전세력이 줄어든 이유로 꼽힌다. 과거에는 비공개 정보나 소문으로 주가를 조작하기도 했는데 깐깐해진 공시제도 덕분에 그 효과가 많이 반감됐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나 금감원 등에서 철저하게 감시·심리를 강화하고 있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작전세력이 작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3자 배정을 통해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보호예수를 걸도록 의무화하거나 최대주주가 과거에 머니게임을 한 약력 등을 바로 공시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비공개적으로 흘러다니던 정보가 공시시스템을 통해 많은 부분 공개가 가능하게 됐다.
투자자들이 과거와 달리 똑똑해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과거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이 소문이나 허위정보로 어설프게 작전세력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주주가 교체됐거나 우회상장을 위해 이용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에 신중할 것을 충고했다. 작전세력은 많이 줄었지만 회사의 성장성보다는 자산을 노리고 투자하는 불량 투자자들은 꾸준하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현재의 금융 안전시스템이 완벽하다고 보기 힘들다. 특히 지금과 같이 주가가 싼 시장에서는 등록기업이라는 장점과 자산을 노리고 들어오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유형이 회사의 유동성을 노리고 주식을 매입한 뒤 대주주가 돼 신주인수권부사채·교환사채 등을 발행해 회사 내부 자산을 팔아먹고는 빠지는 수법이다. 물론 그 피해는 뒤늦게 주식을 매입한 개인투자자들의 몫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에서 대주주가 바뀐 종목 중 성장성을 노리고 정상적인 경로로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대주주가 바뀐 코스닥 종목은 잘 모르고 투자할 경우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고 충고했다.
◆제3자배정
신주발행의 경우에 특별법 또는 발행회사의 정관규정이나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따라 특정한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존 주주는 그 권리가 배제되는 특수한 형태의 증자다.
이형수기자@전자신문,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