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25일 “삼성과 LG의 폐쇄적인 경쟁 관행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에 악영향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LG가 자존심 경쟁을 벌이는 탓에 되레 대만 등 해외 기업에 반사이익을 주는 현실<▶하단관련기사 참조>을 비판한 발언으로 주목됐다.
이윤호 장관은 25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업계·학계 대표들과 가진 ‘디스플레이 전문가 간담회’에서 “삼성·LG는 서로 패널 상호 구매나 장비 교차발주, 공동 연구개발(R&D) 등에서 외국 업체들보다 폐쇄적”이라며 “(산업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패널·장비 등) 상호 구매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처음 공동 R&D 과제로 추진 중인 ‘디지털 노광기’ 개발사업도 “벌써 시작했어야 될 일”이라며 앞으로 공동 R&D 과제에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특히 세계 시장에서 LCD 진영과 PDP 진영이 경쟁하는 가운데 삼성과 LG가 제각각 그룹 내에서 LCD·PDP 사업을 모두 거느린 구조도 꼬집었다. 그는 “양 기술 진영이 서로 대립하는 데 이 같은 비즈니스 라인업은 전략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마치 (LG그룹이) 이동통신사업(LG텔레콤)을 하면서 장비사업(LG전자)을 하는 모순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삼성과 LG가 LCD·PDP 사업을 모두 영위해선 그룹 내조차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언급이다.
정부는 디스플레이 기술경쟁력 향상과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현행 R&D 지원정책도 바꿀 방침이다. 이 장관은 “현 정부는 대학·연구소 등에 지원하는 R&D 사업의 생산성이 상당히 낮다는 판단”이라며 “맞춤형 인력양성을 통해 고급 인력을 양산하는 쪽으로 지원 정책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R&D 지원사업도 종전처럼 일방적인 정부 지원에서 벗어나 민간의 참여를 확대해 실제 성과로 이어가는 ‘시장연계형 R&D’ 정책으로 선회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LG전자는 파주 LCD클러스터에 TV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혀 주목된다. 정인재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LCD 패널과 TV 세트 사업 전반의 원가 경쟁력과 물류 효율화를 위해 이 같은 일괄 생산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정책 당국의 전향적인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파주 LCD 클러스터는 외국인 투자회사나 중소기업만 공장을 입주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파주에서 생산한 LCD 패널을 평택 TV 공장으로 옮겨 대형 LCD TV를 생산하고 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