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보이지만 아직은 신중해야 할 때다. 하반기를 기대해야 한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된 글로벌 신용경색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낙관론이 고개를 들면서 미국도 증시가 바닥에 다다랐고 ‘베어마켓 랠리’ 조짐을 보인다는 성급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낙관적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개진되고 있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6일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미국의 공적자금 투입 논의로 사태의 종료에 가까이 갔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5일 강연에서 간접 화법을 통해 “앞으로 베어스턴스와 같은 사태가 몇 건 더 있겠지만 최악의 위기는 넘겼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희망을 먹고 산다’는 4인의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최근의 경기 낙관론을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바닥이 보이는 것은 확실하지만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연채 키움증권 센터장=세계 경기가 어려운 국면을 지나긴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공적자금 투입, 국부펀드 자금 유입 등의 조치가 가시화돼야 한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절반 정도 지나갔다. 이에 따라 투자심리는 많이 완화될 듯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경기가 턴어라운드해야 실물경제에 긍정적 영향들이 나타날 것이다. 아무래도 상반기까지 국내 경기도 박스권에 머무를 것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센터장=금융기관의 바닥 확인이 필요하다. 부동산 금융위기로 발생한 유럽과 미국의 금융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보긴 이르다. 유럽과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불안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응도 한시적이다. 내달 18일 발표할 유럽과 미국계 은행 증권사의 1분기 실적이 관건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 상승은 긍정적이다. 증권사나 은행의 자산가치가 높아질 것이고 향후 적극적인 투자도 예상된다. 국내에는 삼성전자·LG전자 등 IT기업의 실적이 좋아 글로벌 경기의 영향에 덜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다.
◇구희진 대신증권 센터장=경기에 선행하는 주식시장은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 그렇다고 미국 경기가 바닥이라는 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과 고용지표, 소비의 마이너스 성장이 2분기에 예상돼 최악을 지나 소비나 고용이 3분기에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 2분기 손실 규모가 최대 관전포인트고 신흥시장의 경제 성장률 둔화는 선진국 기업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하반기 회복이 예상되는데 신정부 효과가 투자로 이어지고 민간소비가 회복되는 지가 관건이다. 수출 두 자릿수 성장도 관전 포인트다.
◇서용원 현대증권 센터장=하반기 미국 경제 회복을 예상하는 전망이 많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세계 경기도 호전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올 1분기 경제지표들을 보면 미국 경기의 하반기 회복설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미국 경기가 침체한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바로 침체되진 않을 것이다. 이머징 시장에 수출도 많고 새 정부 경기부양책들도 나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기를 바닥으로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 경제는 침체 상태가 아니라 둔화 추세라고 보는 게 맞다. 단지 미국의 영향으로 그 둔화의 폭이 확대되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게 논리적일 듯하다.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