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中 `IT 삼각구도` 한국엔 부담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과의 교류 확대와 친기업 성향을 내세운 마 잉주 당선자(국민당)가 전 세계 IT산업을 떠받쳐 온 역학구조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역학구조란 ‘원천기술 개발(미국)→제조 전문(대만)→저가 생산(중국)’이라는 삼각 편대를 말한다.

 ◇‘대만 리스크’는 사라진다=실리콘밸리 업계는 마 잉주의 당선으로 세계 IT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 중인 대만의 정치적 리스크는 ‘크게’ 해소된 것으로 해석한다. 그동안 중국과 대만 양국의 미묘한 관계 때문에 글로벌 기업 임원들은 정치적 상황을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

 실리콘밸리의 중국계 IT네트워크인 몬테 제이드 사이언스테크놀로지협회(Monte Jade Science and Technology)의 치카이 청 회장은 “중국이 대만의 부품 생산을 통제라도 하는 날이면 전 세계인은 PC를 구매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HP에서 공급망을 담당하고 있는 이케 해리스 부사장은 “미래 기술은 실리콘밸리에서 나오지만, 그것을 상업화하는 기술은 대만에서 나오며, 실제 생산은 상하이에서 한다”면서 “얼마나 무서운 삼각 관계인가”라며 이번 총선 결과에 관심을 나타냈다.

 ◇외국인 대만 투자 확대될 것=마 당선자는 이명박 대통령 못지않은 실용주의자를 표방한다. 그는 공약에서 외국인의 기업 투자 지분 한도를 현재 40%에서 상향 조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대만 기업의 물류 비용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과감히 개선, 대만·중국 간 직항·직배 노선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7월부터 매일 중국에 직항기를 띄우겠다는 마 당선자의 삼통(三通:通商, 通航, 通郵) 확대 소식에 쌍수를 들며 반겼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타이베이에서 상하이 직항 노선이 없어 2시간이면 갈 거리를 홍콩과 마카오를 거쳐 하루 이상씩 걸려 돌아갔다”고 말했다.

 대만 기업의 대중국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양국 화해 무드로 창출될 중국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대만 기업들은 이미 15조원 이상을 중국 본토에 투자했으며 대만인도 중국 현지에 1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실리콘밸리닷컴은 “대만과 중국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로 정치적으로는 완전히 다르지만, 경제적으로는 더 많이 얽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 센터장도 “전 세계 IT시장에서 대만은 부품공급 기지의 역할, 중국은 백색가전 등 완제품 생산,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R&D, 소프트웨어 개발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해 왔다”며 “이번 대만 총선에서 마 잉주 후보가 총통으로 당선됨에 따라 대만 자본의 중국투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될 뿐 아니라 중국 IT부품의 대만 진출도 가시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신IT 비전 조기에 마련해야=세계 IT산업에서 국가별 비중을 살펴보면, 대만이 10.5%로 우리보다 두 배(6.5%) 가량 높다. 대만의 경제 정책의 핵심 역시 IT다. 무엇보다 한국에 추월당한 1인당 국민소득을 다시 역전시키겠다는 마 당선자의 꿈은 대만 IT산업에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만은 ‘제조와 생산은 일본’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 레버리지 효과로 대만 전체가 거대한 ‘실리콘밸리’로 변모할 것이므로 한국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IT’ 비전을 조기에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