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제는 콘텐츠다.’
경기 디지털콘텐츠진흥원 직원 명함에 빠짐없이 새겨져 있는 문구다. 김병헌 원장(49)의 ‘특별 지시’란다. 김 원장이 경기도 디지털콘텐츠진흥원을 이끈 지 벌써 3년째다. 경기도는 기관장 임기가 2년 인데 지난해 다시 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관장은 연임이 힘든 데 김문수 도지사의 권유가 힘이 됐다. “경기도가 살 길은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인 신념입니다. 이런 열의가 다행히 주변에서도 인정 받았을 뿐입니다.” 김 원장은 외모부터가 범상치 않다. 식사 때도 벗지 않는 중절모는 이미 ‘트레이드 마크’로 굳어졌다. 문화계의 숨은 이야기를 술술 이야기할 정도로 탄탄한 인맥도 자랑거리다. 게다가 다분히 ‘괴짜’ 냄새를 풀풀 풍긴다. 무엇보다 김 원장의 이미지를 직접 보여 주는 단어는 ‘열정’이다.
“원장직을 맡을 때부터 경기도가 시끌시끌 했습니다. 도지사를 만날 때마다 일거리를 들고가 산하 기관장 회의가 있는 날이면 해당 공무원은 죽을 맛이었습니다. ‘복지부동’이라는 공무원 관행에, 더구나 ‘머슴의 머슴’으로 불리는 산하 기관장이 내 지르는 통해 거의 ‘요주의 인물’로 찍힌 지 오래입니다.”
주변의 불평에도 김 원장이 장수한 비결은 결국 애정이었다. 숨은 의도가 없이 순수하게 경기도를 위해 뛰고 있다는 진정성이 통한 것이다. 실제 김 원장이 진흥원장을 맡으면서 콘텐츠 산업을 바로 보는 경기도의 자세는 ‘180도’ 바뀌었다. “대한민국의 행정 중심지는 서울입니다. 문화 중심지는 경기도로 키우자는 게 제 바람입니다. 이미 준비를 거쳐 실행해 옮기고 있습니다. 가령 부천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도시로 새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게임업체가 밀집돼 있는 분당은 ‘게임 파크’를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파주는 한류 바람의 중심지로, 일산은 방송과 스튜디오를 적극 유치해 ‘미디어시티’ 로 조성 중입니다.”
김 원장이 디지털 콘텐츠에 푹 빠진 데는 개인 이력도 크게 작용했다.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고 PD와 감독 생활도 했으며 영화진흥위워회 전문 위원 등을 거쳐 실무와 이론, 거기에 정책 분야까지 두루 경험했다. 지난해에는 문화 콘텐츠 해외진출 유공자로 선정돼 문화관광부 장관상도 받았다. 20년 넘게 콘텐츠 분야 한 우물만 고집한 그의 진짜 경쟁력은 문화 산업을 바라 보는 안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는 결국 사람 장사입니다. 사람을 키우는 게 문화 산업을 육성하는 길입니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병헌 원장은 “경기도를 문화 산업의 메카로, 나아가 우수 인재 공급 허브로 키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사진=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