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대국을 만들자](10)실태 점검-SW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SW기업의 매출손실액 규모(단위:억원)

 10%만 줄이면 약 2조원을 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소프트웨어(SW) 불법 복제율’이다. 연구기관인 IDC는 보고서에서 향후 4년간 국내 SW 불법복제율을 10%만 줄이면 GDP는 1조1900억원이 늘어나고 76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며, 6300억원의 세수증대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SW 불법복제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다.

 ◇현황=불법복제는 크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회장 김영만)가 발간한 ‘2007 AP(Anti-Pirate) 모니터링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SW 복제 피해 규모는 약 1000억원에 이르렀으며 불법 공유 SW 삭제 요청건수는 6만여건에 이르렀다.

 이는 2007년 1∼12월 국내 대표적인 웹스토리지 기업·와레즈 사이트 등 18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글과컴퓨터·안철수연구소·MS 등 18개 기업 SW의 복제 모니터를 진행한 결과다.

 모니터하지 않은 업체도 많은만큼 SPC는 실제 피해 규모는 이 수치를 웃돈다는 것. 또 110여개 회원사의 저작권 침해 현황도 조사했다. 그 결과 2007년 한 해 동안 국내 기업이 SW를 불법복제해 저작권기업에 피해를 준 금액은 479억원으로 2006년 363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SPC가 적발한 침해 건수도 2021건으로 2006년 1871건보다 150여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적발건수가 전년보다 571건이 증가, 침해액이 60억원가량 증가한 바 있다. 업종별로는 절반 이상인 1162건이 제조·화학 분야였으며 건설교통 분야, 유통·서비스 분야가 뒤를 이었다. 이 중 제조·화학 분야의 피해 금액액은 261억원에 육박했다.

 이러한 불법복제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의장 정재훈)은 국내 SW 불법복제율이 45%라고 밝혔다. OECD 평균 37.6%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내SW기업의 매출 손실액도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약 2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가격부담 줄이고 이용자 권리 강화해야=전문가들은 정품 SW 구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가격부담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정보통신부와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이하 컴보위)가 발표한 ‘2007년 국내 SW 복제 현황’에 따르면 일반 가정의 불법복제율도 48.41%에 달했는데 가격부담을 SW를 복제하는 이유로 꼽은 비율이 39.6%로 가장 높았다.

 SW 유통업체인 넷킬러의 정성욱 사장은 “정품 SW를 구입하면 그만큼의 혜택이 따른다는 것을 소비자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진행하는 정품 SW 12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 프로그램, 넷킬러가 진행하는 정품 SW 연간 자산관리 서비스 프로그램 등이 그 예다.

 저작권 기업의 권리뿐만 아니라 이용자 보호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저작권 기업의 무리한 자구권 행사에 따라 이용자가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이 잦아지며 저작권 기업의 권리만큼 이용자의 권리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최근 일부 저작권 기업이 법무법인과 함께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고발할 수 있다’는 강도 높은 내용의 공문으로 SW 현황 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는 일이 많아지기도 했다.

 ‘이용자보호사업 발굴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한 컴보위 측은 “중소기업은 협박성이 짙은 공문을 받았을 때 대처 방안을 모르는 사례가 많다”며 “정품 SW를 정당하게 사용하는 이용자를 위해 기본적인 모니터링사업부터 사건이 벌어졌을 때 대책까지 여러 사업이 실시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정책 수립 필요=정부차원에서 정책적 고민도 계속돼야 한다. 관련업계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SW 특허 범위’ 설정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SW 특허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다른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SW를 ‘물건’으로 받아들여 아이디어나 알고리듬 자체의 특허 출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EU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 행사를 우려해 알고리듬 자체는 특허 출원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알고리듬이 저장된 매체와 별도로 온라인에서 유통될 때에는 특허로 보호받을 수 없게 돼 있다. 특허청은 온라인에서 권리 침해가 이뤄지는 상황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시기상조라는 여론 역시 비등해 개정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와 병행해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일 ‘2008년 SW불법복제 단속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오프라인 단속은 체신청에 업무위탁으로, 온라인 단속은 컴퓨터프로그램위원회(위원장 구영보)’와 함께 실시한다. 문화부 저작권 산업팀의 조현나 사무관은 “강력한 단속과 함께 SW 컨설팅으로 정품 사용 인식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문화부 측은 제조·유통업 등 SW 불법복제율이 높은 업종을 중점 단속하고 부정복제물신고센터를 운영해 온라인 단속을 강화한다. 컴보위 현영민 팀장은 “영화나 음악과 같은 콘텐츠를 한 번 복제할 때 발생하는 피해액보다 SW 불법복제 시 발생하는 피해가 훨씬 크다”며 “정품 사용자 저변을 확대하고 저작권 보호 정책을 강화해 SW 업체와 이용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인터뷰-구영보 프로그램보호위원회 위원장

 “불법복제의 해결 없이는 건전한 소프트웨어(SW) 생태계 조성은 힘듭니다.”

 구영보 위원장은 불법 복제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구 위원장은 SW 불법복제를 방지하는 전담 기관인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보호위원회는 최근 정통부가 해체되면서 문화부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저작권위원회 등 유관 기관과 업무를 연계해 훨씬 일관성 있는 일 처리가 가능해졌다.

  “국내 SW 불법 복제율은 45%로 아직도 OECD 평균 37.6%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등 주변 국가는 통상 회의에서 SW 불법복제 단속 강화를 정식 의제로 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불법복제를 막아야 하는 더 큰 이유는 SW 분야가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구 위원장은 “SW는 부가가치가 높은 기능성 저작물로 보호 가치가 크며 각종 산업의 미래 핵심 인프라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불법복제가 만연할수록 경제적인 손실은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IDC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4년 동안 국내 SW 불법복제율을 10% 줄이면 GDP가 1조1900억원 증가하고 신규 일자리가 7600여개 창출되며 세수도 6300억원가량 올라가는 등 경제적인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불법복제 문제는 지금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정책 현안입니다. 이와 맞물려 강력한 저작권 보호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위원회도 이 정책 기조에 맞춰 문화부와 체신청 상시 단속반의 오프라인 SW 불법복제 단속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구 위원장은 올해 온라인에서 부정 복제물을 1만건 이상 적발하기로 내부 목표를 수립했다. 지난해 300여건 단속 실적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게 잡은 목표다. 그만큼 올해에는 SW 불법복제에 단호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그는 “SW는 산업 저작물로 영화나 음악 등 소비성 일반 콘텐츠와는 분명히 다르다”며 “저작물의 특성과 그간의 특화된 영역을 최대한 살려 SW 불법복제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와 같은 범죄라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