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와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완벽하게 충족돼 만들어져요. 포도의 품종과 토양, 날씨에서 재배와 수확 방법, 숙성 기술과 보존 방법에서 배달까지. 어느 하나만 소홀해도 명품 와인은 탄생하지 못해요.”
김영섭 ARM코리아 사장은 명품 와인이 기업에서 인사·재무·연구개발·영업·마케팅·유통·기술 지원 등에 한 가지만 소홀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완연한 봄날에 어울리는 푸른색 넥타이를 한 김 사장은 넥타이의 와인잔 무늬를 설명하며 대단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내에게 선물받은 넥타이에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김 사장은 영락없는 와인 마니아였다.
“와인이든 비즈니스든 그것을 이루는 모든 요소를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관리한다면 그것은 훌륭한 결과를 가지고 오지 못하죠. 사소한 요소일지라도 정성을 쏟고 그들을 잘 조화시킬 때에 보다 좋은 맛의 와인과 훌륭한 비즈니스를 이룰 수 있죠.”
김 사장은 2000년 초 ARM 이사회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꺼냈다. 프랑스 외곽의 700년 넘은 고성에서 이사회가 열렸다. 와인의 본고장답게 저녁엔 와인 시음회가 열렸다. 서로 다른 10가지 종류의 와인을 각기 다른 안주와 함께 시음한 후 평가하도록 한 자리였다.
“그날 참석했던 임원 10명 중 8∼9명의 평가가 비슷했는데 저만 그들과 정반대로 평가결과가 나왔죠. 당시에는 와인의 드라이한 맛과 스위트한 맛의 차이도 모르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는 특이한 입맛을 가졌다며 한바탕 웃음으로 넘겼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내 와인에 대한 지식은 국제 비즈니스에 필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고 그는 너무나 운좋게 집에 와인 선생님을 두고 있다. 바로 아내가 김 시장의 와인 선생님이다.
“어느날 아내가 문화센터에서 와인 교육을 받고 왔어요. 집에서 함께 와인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죠. 기억을 잘 못하는 저 대신 아내는 맛을 꼼꼼히 기억하고 저에게 말해주죠.”
붉은빛 유혹의 물방울 덕택에 사업도 가정도 활기차졌다는 김 사장. 그가 추천한 와인은 ‘요정의 눈물’이라 불리는 프랑스산 ‘로랑 미켈 라름므 데 피(Laurent Miquel, Larmes des Fees)’다. 이 역시 아내의 추천이 큰 작용을 했다.
“이 와인을 만들던 와이너리의 저장고에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했는데 그 저장고에 살고 있던 요정이 악의적인 내용을 듣고 흐느끼는 눈물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어 요정의 눈물이라고도 불린답니다.”
그는 와인에 얽힌 이야기까지 풀어내며 일과 가정까지 풍요하게 하는 와인의 매력에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영섭 사장의 추천와인
- 와인: 로랑 미켈 라름므 데 피(Laurent Miquel, Larmes des Fees)
- 빈티지: 2003년
- 생산국 및 지역: 프랑스
- 종류: 레드(red)
- 포도품종: 시라100%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