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러닝(learning)은 사교육의 대체재이자 공교육의 보완재!”
전자신문이 주관하는 ‘정보통신 미래모임(회장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은 26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원격교육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3월 정기 토론회를 열고 “e러닝의 발달에 따라 사교육은 물론이고 공교육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e러닝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각계 전문가가 참석한 이날 토론회는 e러닝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실습교육의 어려움과 그 극복방안 제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참석자들은 e러닝이 오프라인 교육에 비해 실습교육의 용이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증강현실 등 최신기술을 이용하면 그러한 맹점들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황대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은 “초·중·고교 학생 중 e러닝 이용비율은 64%에 이르고 특히 저소득층의 40%가 e러닝을 이용하고 있다”며 “e러닝이 약 1조4000억원의 사교육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어민 교사가 없는 시골에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공교육의 보완재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뛰는 사교육비, e러닝으로 해결=김영순 크레듀 사장은 “중동에서는 10만원 정도면 e러닝으로 모든 과목을 배울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것이 가능해진다면 장차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기호 한국방송통신대 감독은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e러닝이 발달됐다고 하지만 실습과목은 아직 많은 부분을 오프라인 수업과 병행하고 있다”며 “e러닝이 오프라인 수업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많은 대안을 제시해 e러닝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황대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은 “실습교육의 어려움이 e러닝의 한계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콘텐츠가 점점 인간의 오감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게 진화하면 e러닝으로도 충분히 실습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영순 크레듀 사장도 “최근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콘텐츠의 비중이 점점 늘고 있다”며 “이러한 콘텐츠가 오프라인 실습교육을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오프라인 수업 일수를 줄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철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은 현실적인 사례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얼마 전 분당에 있는 병원에서 원격수술 기술을 이용해 일본에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봤다”며 “이 정도의 기술을 적용한다면 e러닝이 실습수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러닝, 반성의 시간 가져야=한편, 김준형 경희대 교수는 이날 패널로 참석한 권성호 교수와 맥을 같이하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e러닝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확실한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도 그에 따라 높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e러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성호 한양대 교수도 앞서 가진 패널토론에서 “e러닝은 IT 발전에만 의지해오던 그동안의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지금은 e러닝이 속에 채워지는 콘텐츠를 충실히 하는 데 노력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결국 e러닝은 기술과 콘텐츠라는 양 날개가 튼튼하게 받쳐 줘야 실속있게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주제발표: 원격교육 산업의 미래- 황대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e러닝의 발전은 지식, 기술, 학습자 차원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물리적으로 더해지면서 추진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앞으로 e러닝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차원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단순히 한데 묶는 데서 나아가 서로 간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 내야만 한다. 기술, 시장, 글로벌 네트워크, 산·관·학 협력체제를 잘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는 이 같은 획기적인 e러닝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많은 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는 2006년 시작된 4단계 추진 과정으로 지식기반사회 인재양성을 목표로 u러닝, 생활 속의 학습을 주요 추진과제로 꼽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온 결과 한국의 e러닝 현주소는 양적으로 볼 때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에 와 있다. 2006년 한국의 e러닝 시장규모는 17억달러로 아시아권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 시장 규모인 230억달러와 비교해 봐도 꽤 비중 있는 시장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교과서 개발 사업으로 또 한 번의 e러닝 분야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란 학습에 필요한 사전, 참고서, 문제집, 멀티미디어, 자료검색 기능을 한데 묶어 학습자가 더 이상 서책형 교과서를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벽한 학습지원을 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관련 기술은 모두 개발이 완료된 상태로 각급 학교에서 디지털교과서 활용 시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필드테스트를 시행 중이다.
이 외에도 KERIS는 연구기관으로서 민간 업체가 해외 e러닝 사업에 진출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해놓고 있다. 해외 진출의 물꼬를 틀 수 있게 인적 채널을 열어두고 있는 한편, 자금지원도 해줄 수 있다. 우리 같은 연구기관과 산업계, 거기에 정부의 지원 노력이 더해진다면 한국의 e러닝은 획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패널발표
◇패널발표1-e러닝 시장의 미래모습(김영순 크레듀 사장)
e러닝 관련 사업자는 2년 전 600여개에서 지난해 756개가 됐다. 단순히 수적으로 볼 때 매년 역동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질적으로 개선돼야 하는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e러닝 산업이 성장해 나갈수록 관련 시장에는 어떠한 변화들이 생기게 될까.
우선 미루어보건대 e러닝의 발전이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할 때, 지난해 e러닝 업계에서 업체당 연매출은 23억원 남짓으로 비교적 영세함을 알 수 있다. 또 e러닝에 종사하는 인구는 2만여명으로 업체당 25명 내외가 종사하고 있는 셈인데 늘어나는 인력수요에 비해 아직 공급은 거기에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마다 인력난을 토로하는 현실이다.
e러닝 업체들이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인력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미래에는 e러닝 산업이 상당수의 인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e러닝 산업이 발전할수록 산업에 투입되는 자본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예견은 최근의 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몇몇 e러닝 업체들이 적극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막대한 자본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IPO를 준비하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SK, 한화 등 대기업이 e러닝 사업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과거 중소기업의 각축장이었던 e러닝 시장이 점점 대기업의 각축장이 돼 가고 있다. 이 역시 e러닝 시장으로 자본이 몰리고 있다는 증거다.
마지막으로 고급 IT를 이용한 e러닝 업체가 성장을 주도할 것이다. KERIS의 디지털 교과서에서 보듯, 최근 e러닝의 발전은 상당부분 기술의 발전에 기대어 있다. 관련 분야의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할수록 e러닝이 차지하는 위상은 커질 것이다.
◇패널발표2-e러닝의 미래를 위한 제언(권성호 한양대학교 사범대 교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e러닝 또한 발달하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확실히 최근 e러닝의 획기적인 발달은 상당부분 관련 IT의 발달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술이 발달하는 한, e러닝 또한 유사한 속도로 진보할 것이라는 것을 추정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과연 e러닝에 장밋빛 미래만이 있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e러닝의 미래에는 치명적인 위험도 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성을 배제한 채, 기술적인 발전에만 매진할 때 그 안에서 소외받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고민을 현재의 e러닝을 발전시키고 있는 진영에서는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술만 발전시켜서 물리적인 시·공간만 극복하면 그것이 바로 e러닝의 발전과 귀결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20년의 e러닝의 자화상을 예상해본다면 사람들은 m러닝, u러닝, 즉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들을 생각하게 될 텐데 과연 그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번 가정해 보자. e러닝 기술이 발달하다 보면 언젠가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지하철 안에서 단말기를 가지고 언제나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아이는 지하철 안에서조차 공부해야 하는 자신의 현실에 만족할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e러닝에서 기술적인 발전은 지금도 충분하다. 이제는 e러닝에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때다.
e러닝의 질적인 발전을 이끄는 것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 아래서 발전하는 콘텐츠만이 기술에 압도된 오늘날의 e러닝에 인간성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인간성이 바탕이 돼 있어야만 앞으로의 e러닝이 m러닝이 되든, u러닝이 되든 그 안에 참된 콘텐츠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인간이 기술을 좇는(Human chasing the technology) 시대에서 기술이 인간성을 좇는(Let technology chase the human) 시대가 될 때, 진정으로 e러닝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안석현기자@전자신문,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