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브랜드 욕심 버리고 OEM·ODM부터 시작하라.’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떠오른 브랜드. 해외 진출 초기에는 욕심을 버리라는 견해가 나왔다. 브랜드를 고집하기보다 주문자위탁생산(OEM), 주문자개발생산(ODM)으로 몸을 낮추는 전략이 되레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가전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웅진코웨이(대표 홍준기)는 최근 세계적인 가전업체 보쉬앤지멘스와 2500만달러 상당의 계약을 맺었다. 3년 간 OEM방식으로 웅진 정수기를 공급한다. 지난해에는 세계 1위 백색가전 업체 월풀에 77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인도에 정수기를 납품했다.
국내 정수기 시장의 명실상부한 1인자로 자존심을 세울 법도 하지만 회사는 ‘실속’을 챙기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 OEM 납품은 세계 유수 가전 메이커의 생산 기술을 배우고 해외 시장을 간접 체험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력을 간접적으로 평가받는 수단도 된다. 윤영근 웅진코웨이 경영지원본부장은 “최근 GE도 공장을 방문하고 돌아갔다”며 “작년 OEM부분 매출이 50만달러 수준이었는데 올해 800만달러를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다.
비데 전문업체 아이젠(대표 유병기)은 최근 미국의 페어백스카운티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2005년 진출 이래 매년 1만대를 수출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회사는 이를 위해 국내 공장을 증축하고 월 7000대였던 생산 능력을 4만대로 늘렸다. 생산 가능량을 대폭 늘린 것은 ODM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열겠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
회사는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것도 좋지만 브랜드 마케팅을 하기에는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 집중 공략지로 정한 시장은 비데 제조회사가 거의 없다는 점도 ODM으로 승부를 보자는 의사결정에 힘을 실었다. ODM 방식은 자사가 개발한 ‘쾌변 비데’라는 제품의 컨셉트를 유지하면서 가장 쉽고 빠르게 낯선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문사가 보유한 유통망과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이 회사 유병기 사장은 “ODM 방식은 제조에는 효자 수익원이 되고 제조 기술과 노하우가 없는 주문사는 제품 구색을 맞출 수 있어 윈윈 전략으로 통한다”며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차윤주기자@전자신문,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