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보조금 규제가 폐지된 첫날인 27일.
분당 중심가에 밀집된 이통 대리점에는 휴대폰 가격을 묻는 고객 수가 부쩍 늘었다. 이들은 약정을 맺어야 하는 기간, 보조금 지급 규모 등을 물었지만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분당의 이통대리점 관계자는 “아직 본사에서 의무약정 기간 등 정책이 내려오지 않아 고객에게 확실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달라진 점은 가입계약서에 의무약정과 관련한 부분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강변 테크노마트와 하이마트 대치점·압구정점. 휴대폰 유통 상가가 밀집한 이곳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했다. 되레 방문 고객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곳도 있다. 소비자가 약정할인제 등이 구체화될 때까지 구매를 미루는 분위기다. 하이마트 측은 “27일 오후 2시까지 상담 실적이 평상시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그나마 찾아오는 손님도 보조금 규제제도 변경 일시를 혼동하는 분”이라고 전했다.
◇이통사, 약정제 약관 마련에 고심=지난 26일로 이통 보조금 규제가 사라졌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조직 구성 지연 문제로 4월 초에 가서야 ‘보조금 규제 철폐-의무약정제 도입’ 정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업자들은 규제기관 분위기와 경쟁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각기 이해관계에 따라 의무약정제 관련 이용약관을 준비하고 있다.
의무약정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TF다. 될 수 있으면 약정 기간을 길게 설정해 현재 1위를 지키고 있는 3세대(G) 가입자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최대 3년까지 의무약정 기간을 두고 이와 연동된 보조금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KTF 관계자는 “의무약정제 도입과 관련한 이용약관 신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방통위와 협의가 필요한만큼 시간은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LG텔레콤은 기본적으로 의무약정제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번호이동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780만가입자를 확보한만큼 약정제가 불리하다는 판단이다. SKT 역시 소극적인 태도다. 번호이동이 활성화되면 수혜를 받는 처지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정책에 따라 의무약정제를 도입하더라도 약정 기간을 최대 1년까지만 보고 있다.
이처럼 이통사업자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면서 규제기관인 방통위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9년 행정지도를 통해 의무약정제를 폐지하도록 했던 방침을 스스로 뒤집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내놓을 대안은 약정 기간을 길게 하지 않는 것”이라며 “1년 정도가 타협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조금 더 기다리자=이백규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상가 상우회장은 “휴대폰 가격 급등락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큰 변동은 없으며, 상점 대부분도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하는 등 4월 이후 시장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통사업자들이 일정 기간 사용을 조건으로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하는 ‘약정할인제’를 실시할 것이 확실시되지만, 구체적인 사안이 상인들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이 상우회장은 “약정할인 폭의 내용이 확정돼야 대리점 쪽에서 대응 방안이 정해진다”며 “이통사들의 방안이 통보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몰도 마찬가지다. 김인치 옥션 CM은 “대형 판매자들은 의무약정할인제도가 확실하게 공지되는 시점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며 “4월 초나 돼야 정상적으로 유통이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규태·황지혜기자@전자신문,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