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저작권단체가 화가 났다. 35개 영화사로 구성된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협의회가 8개 웹 하드 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정지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디지털 음원 저작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많았지만 영화 쪽에서 소송을 진행하기는 처음이다. 이에 앞서 협의회는 지난해 온라인 파일 공유업체를 상대로 서비스 중지 요청서를 발송하고 기술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1차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 결국 법적인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음악업계 과오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해 왔다. 불법 다운로드로 초토화한 음반 시장의 현주소를 잘 알기 때문이다. 90년대 말까지 판매량 100만장을 넘는 ‘밀리언셀러’를 줄줄이 내놓았던 음반업계는 요즘 10만장만 나가도 ‘초대박’으로 불린다.
지난해 10만장을 넘긴 음반은 단 3편에 그칠 정도로 시장이 위축됐다. 이 배경을 P2P 사이트에서 찾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저작권보호센터 자료에 따르면 음악 분야는 불법이 4567억원으로, 합법 시장 규모 3708억원 보다 더 큰 기형적인 구조로 바뀌었다. 지금도 음반업계는 인터넷, P2P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상황이다.
음악의 바로 옆 동네인 영화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터넷에서 이미 영화 파일 공유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화업계는 자체 조사를 통해 매년 손실이 2800억원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와 저작권자 노력에도 음악·영화·게임 등 무형 콘텐츠를 불법으로 퍼 나르는 사태가 사라지지 않는 근본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저작권 불감증’ 때문이다. 아직도 네티즌 사이에서는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와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어느 누구도 저작권 불법 복제를 둘러싸고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는 이런 감성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음반산업 침체와 관련해 흥미로운 보고서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대표 음악 전문지인 ‘블렌더’는 ‘음반업계의 치명적인 실수 20가지’라는 보도를 통해 인터넷의 무관심과 무지, 안일한 대처가 시장 위축을 불러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세계적인 음악 공유 사이트 ‘냅스터’를 꼽았다. 냅스터가 가진 수천만 명의 사용자를 이용해 수익을 낼 고민을 하지 않고 지나치게 강경하게 대응했다는 것. 이에 따라 법적인 절차를 통해 냅스터에 타격을 입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많은 사용자가 또 다른 ‘아류 P2P’로 옮겨 가면서 결국 불경기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한 마디로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의 흐름을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국내도 이런 분석이 과히 틀리지 않아 보인다. 승리를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음반업계가 강경한 법적 대응으로 총 공세를 퍼부었지만 결국 시장은 죽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