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동으로 문자메시지 보낸다

 “만져라. 서로 통하리라.”

휴대폰 진동이 문자메시지를 대체하는 새로운 통신언어로 진화한다.

진동솔루션 전문업체 이머전코리아(대표 서동희)는 사용자가 휴대폰 진동의 장단과 고저를 자유로이 조정해서 다양한 종류의 진동기호를 만드는 차세대 촉각(햅틱)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기술을 휴대폰 시장에 적용할 경우 간단한 메시지는 휴대폰에서 느껴지는 진동기호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켓 속 휴대폰에서 “부∼릉, 붕, 붕”(언제 집에 와?)라는 규칙적인 진동이 감지되면 배우자가 귀가를 재촉하는 전화란 사실을 휴대폰 액정을 안봐도 알 수 있다. 회의시간이나 기타 휴대폰을 받기 곤란할 때 아주 유용하다. 이머전은 새로운 햅틱기술의 도입에 국내외 휴대폰업계가 큰 관심을 보여 조만간 ‘진동메시지(Vibration Message)’란 신조어가 출현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서동희 이머전코리아 사장은 “문자메시지를 휴대폰 장단으로 전환하는 SW기술은 지금도 상용화가 가능하다”라면서 “19세기 전신에 사용되던 모스 부호가 21세기 휴대폰 환경에서 다시 부활한 셈”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휴대폰업체들은 새로 출시할 터치폰에 진동기반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출시한 애니콜 햅틱폰에 진동주파수의 강약과 장단으로 22가지 서로 다른 진동기호를 구현하는 햅틱기술을 적용한 바 있다. 이머전이 개발한 기술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사용자가 진동 기호를 만들 수 있다.

휴대폰업계의 한 연구임원은 “휴대폰 햅틱기술을 기호화시켜서 통신언어로 쓰는 추세가 뚜렷해질 것이다. 다만 진동메시지 서비스를 초기에 어떻게 정착시킬지 여러 사업모델을 고민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휴대폰 진동기반의 통신서비스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은 진동기호의 표준화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통업체 또는 휴대폰 제조사가 햅틱기반의 기호체계를 만들기보다 소규모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자발적 합의로 확산되는 모델이 더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