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현황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한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의 간결한 주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방송통신 융합형 ‘시장획정’을 위한 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소장은 “방통위가 출범하자마자 방송 소유·겸영 규제를 비롯한 몇몇 쟁점이 너무 빨리 앞으로 뛰어나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방통위 조직과 관련 시장부터 추스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개화할 대표적인 방송통신 융합형 서비스인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이하 IPTV)’ 시장을 획정하는 게 당면과제다. IPTV 관련법에 시장획정 기준이 명확하게 담기지 않아 혼선을 빚고 사업자에 족쇄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희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경쟁정책그룹장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제14조(전기통신설비의 동등제공)는 IPTV를 별도의 시장으로 보고 출발한 측면이 있다”며 “실시간 방송을 포함한 IPTV 서비스가 본격화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특정 사업자를 독점사업자로 규정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풀어냈다. 즉, 디지털 케이블TV와 같은 유사한 서비스로 IPTV를 대체할 수 있다면, 관련 전기통신설비를 ‘필수 설비’로 묶지 않아도 된다는 게 김 그룹장의 분석이다.
그는 따라서 “경쟁정책적 관점에서 IPTV 관련 규정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서도 거론되는 ‘가상적 독점사업자의 가격인상에 따른 소비자 동향’을 반복적으로 조사·분석해 IPTV 시장을 획정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그룹장의 이 같은 주장은 시장을 중심에 둔 공정경쟁 정책철학의 발로다. IPTV처럼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을 사전에 분명하게 획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IPTV처럼 새로운 시장이 개화하면 선두주자가 나타나고, 그 사업자가 실질적으로 시장을 독점한 뒤 가격 약탈적 행위를 하거나 필수 설비 제공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그때 필수 설비를 규정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PTV 관련 필수 설비 규정 여부는 특정 사업자에 시장 지배력이 있는지 가를 기준점이다. 이 같은 시장 지배력 보유 여부는 ‘명확한 시장획정’에서 출발한다는 게 중론이다.
앞으로 명확한 시장획정이 이루어지면, KT를 비롯한 특정 통신서비스사업자의 IPTV 사업에 필요한 설비들을 ‘동등제공’ 대상으로 규정할지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제14조 제1항
전기통신설비의 동등 제공: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제공사업자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제공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로부터 당해 서비스의 제공에 필수적인 전기통신설비에의 접근 및 이용에 관한 요청이 있는 경우 자기 보유설비의 부족, 영업비밀의 보호 등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방송시장획정 사례(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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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