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품 유해물질 프리(Free)’ ‘협력업체와는 그린파트너십’
LG전자(대표 남용)가 전사적 ‘그린 경영’으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쑥쑥 키워가고 있다.
앞으로 세계 1등도 친환경 1등이 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 어느 기업보다 먼저 인식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기업 내부의 그린 경영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손에 전달되는 제품에도 ‘그린’ 개념을 담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의 기능에서부터 소비자의 삶, 지구환경 모두가 ‘그린’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셈이다.
◇에코디자인위원회가 ‘앞장’=LG전자는 지난 2006년 3월 ‘에코디자인(Eco-design) 위원회’를 만들어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와 시장 변화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위원장을 CTO(최고기술책임자)가 맡는다. ‘환경’과 ‘기술’은 서로 떼놓고 갈 수 없을 정도의 핵심 사안이 돼버렸다.
올해 유럽연합(EU)이 시행하는 ‘친환경설계 지침(EuP:Energy Using Product)’에 따라 이 지역에 수출하는 기업은 국적과 품목, 제품 수에 상관없이 엄격한 에코디자인과 친환경 제품 개발, 친환경 정보 제공의 활동 의무를 지게 된다.
LG전자는 이 에코디자인위원회를 통해 올 연말까지 △친환경 부문 조직 개편 및 전문 인력 확보 △에코디자인 체계 구축 및 친환경 제품 출시 △친환경 신기술 발굴 및 적용 등 회사 전체적인 중장기 환경경영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0명 안팎의 경영진으로 구성된 에코디자인 위원들은 1년에 2회 정기모임을 만들어 친환경 관련 전반 업무에 대한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하부조직으로 실무자 중심의 ‘제품환경기술 전문위원회’가 뛰고 있다.
◇유해물질은 ‘안 돼’=LG전자는 이미 지난 2003년 LCD TV·모니터·세탁기·에어컨 등에 납땜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출시했다. 이듬해엔 전 사업장과 협력업체까지 납땜을 사용하지 않는 대체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2005년 7월 1일 전 제품의 ‘납땜 제로(0)’를 실현했다. 이러한 실천 목표가 단순히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생산기술 혁신과 청정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LG전자 품질센터 내에 ‘유해물질 성분분석 랩(Lab)’을 운영한다. EU가 규제하는 유해물질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를 갖췄다. 각 사업부의 제품·부품 내 유해 물질의 분석 및 시험 방법을 개발하고, 표준화해 생산 라인에 적용하는 역할이다. 이 랩은 지난 2005년 1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안전규격 인증 기관인 미국 UL(Underwriters Laboratory)에서 납·수은·카드뮴·6가 크롬 등 유해물질의 정확한 성분 분석 능력을 인정받아 공식 시험소로 지정됐다. 유해물질 분석 데이터의 공신력도 대내외에 확보했다.
◇협력업체도 ‘환경 동반자’=지난 2005년 1월 1일 협력회사와 ‘친환경 인증제(LGE Green Partnerships)’를 시행했다. LG전자가 마련한 친환경 인증 기준에 부합한 친환경 품질보증(Environmental Quality) 체계를 구축한 협력회사에 수여하는 인증제다. 이를 통해 협력회사가 공급하는 부품 및 생산공정 상에 유해물질의 사용 또는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LG전자와 신규 거래를 희망하는 업체는 우선 LG전자의 엄격한 환경대응 기준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전사적으로 약 300명의 전문인력이 협력업체에 대한 친환경 부품공급시스템 진단 및 개선을 위한 지도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터뷰- 김인동 LG전자 환경기획그룹 부장
“환경 경영 수준은 이제 기업경쟁력의 핵심 잣대가 되고 있습니다.”
LG전자 생산성연구원(평택)인 김인동 환경기획그룹 부장은 전 세계 각국이 보이지 않는 무역 전쟁 속에 환경 규제라는 비관세 장벽을 쌓고 있으며 이를 뚫기 위해 고도의 ‘그린 경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제품의 기능 혁신과 생산 효율 제고 등의 기존 활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위에 유해물질 차단, 친환경 기술 적용 등의 부가적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길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그는 환경 경영이 요구되는 이유에 대해 “기업도 하나의 생명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수출 주력의 기업이라면 더욱 책임은 무거워진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수출 전략상 기본적으로 안고 가야 할 책임이 됐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법과 제도의 테두리를 따라가되, 기술 차별화와 브랜드이미지 등을 고려해 그 이상의 특별한 수준을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최근 온실가스 이슈와 관련해 대기전력 절감 기술을 고민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김 부장은 앞으로의 시대에는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이나 국가가 지속가능성의 대응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기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력과 함께 환경에 대한 책임이 더해진다는 뜻이다.
“환경과 생산력·효율이 거꾸로 가선 안 됩니다. 3∼4년의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던 우리도 이제는 안정되고, 변화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시간 내에 승부를 볼 일이 아니기 때문에 끈기를 갖고 도전하고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LG전자 환경 경영의 최일선에서 뛰는 김 부장의 눈빛에 한국 IT기업의 밝은 미래가 반짝인다
◆친환경 사례
LG전자는 지난 2006년 초부터 휴대폰·에어컨·LCD TV와 세탁기 등 주력 제품에 ‘RoHS(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 인증을 받아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공식 환경안전 인증기관인 독일 티유브이라인란드의 RoHS 기준을 만족시켜 100% 친환경 제품으로 공인을 획득했다. 특히 LCD TV 인증은 TV를 구성하는 540여개의 부품들을 모두 분해해 물질별 세부 분석이 이뤄졌다. 분석기간만 총 3개월 이상 소요된 엄격한 검사를 통과했다.
복잡한 재질로 구성된 소형 회로 전자부품도 분해·분리 과정을 거쳐 재질별로 분석했다. RoHS에서 규제하는 6개 물질 외에 유럽 내에 유해성 여부 논란이 있는 데카계 성분의 플라스틱 재질을 친환경 대체 재질로 변경함으로써, 한 단계 앞선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LG전자는 초콜릿폰 인쇄회로기판(PCB)에 부품을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접합제도 납 성분이 전혀 없는 무연소재로 교체했다. 메뉴 키 버튼을 알루미늄 및 주석 도금으로 개선했으며, 납·카드뮴 등 유해한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부품들은 모두 친환경부품으로 교체했다.
세탁기도 납·카드뮴 등 일체의 유해물질을 없앴으며, 심지어 볼트·너트 등 모든 체결 부품까지 친환경 재질로 바꿨다.
LG전자 관계자는 “‘RoHS’ 기준에 합격함으로써 규제 대상국인 유럽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친환경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환경 친화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