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비자 마음 읽기

 지난주 공개된 웹 기반 이미지 편집 도구 ‘어도비 포토숍 익스프레스’가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유명 프로그램의 무료 웹 버전으로 대환영을 받았지만 이용약관의 문제제기가 불거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문제의 내용은 ‘이용자가 올린 이미지 콘텐츠의 저작권을 어도비가 소유하지는 않지만 마음대로 활용할 수는 있다’는 문구다. 이용자는 즉각 반발했다. 자신의 사진을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전략적으로 선보인 애플리케이션이 회사 이미지만 실추시키게 됐다.

 여기까지는 악재를 불러오는 전형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어도비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지적이 나오자마자 해당 항목을 삭제했다. “문구가 자신들의 의도와는 달리 이용자 콘텐츠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를 대체할 약관을 만들기 위해 법무팀이 최우선 순위로 작업 중”이라고 강조했다. 문제제기 하루 만의 발빠른 대응이다.

 어도비가 애초에 정말 모르고 해당 문구를 넣었는지, 아니면 알고도 소비자를 떠보려고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어도비의 사후 대응이 명쾌하고 시의적절했다는 사실이다. 네티즌도 약관 작성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적절한 대응 자체는 칭찬하고 있다.

 문득 국내현실이 겹쳐진다. 다음이 지난해 고객 상담 데이터베이스를 해킹당한 사실을 최근까지 숨겨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업체들이 개인 PC 자원을 활용하는 그리드딜리버리 기술로 집중포화를 받은 것도 약관을 통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까다롭지만 단순하다. 기업이 문제 발생 시 소비자의 감정을 헤아리고 솔직하게 대응한다면 순간의 곤혹스러움 뒤에는 신뢰가 남는다. 솔직함의 미학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