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사천시. 시 행정구역안에 들어 있는 선진리라는 곳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처음으로 진수시킨 역사적인 장소다. 여기에 이젠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깔았다. 그리고 세계의 창공을 누빌 국산 항공기가 만들어져 나오고 있다.
봄 햇살에 남도 매화꽃이 수줍게 피어오르는 지난 28일 오후 사남공단 내 한국항공우주산업(대표 정해주, KAI) 공장. 한 동이 무려 가로세로 180m×120m인 드넓은 생산라인 이곳저곳에 소리가 요란했다. 전동 공구 소리, 단절적인 연마 소리다.
이 공장은 기둥이 없다. 덩치 큰 항공기를 전방, 본체, 후방 3개로 나눠 단계별 공정을 거쳐 조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공장에는 향후 우리 공군이 70여대를 도입할 초음속제트기 T-50의 28, 29호기를 한창 조립 중이었다. T-50을 에어쇼용으로 개조한 ‘블랙이글’ 10대도 만들어져 내년 10월 서울에어쇼에서 처녀 비행할 예정이다. 자국 에어쇼에 자국산 비행기를 출품하는 것은 미국, 러시아, 영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다.
◇부가가치 자동차의 400배= 한국항공우주산업 T-50기는 제작에 들어가는 부품·소재 1㎏당 부가가치가 435만원이다. 1㎏당 1만원인 자동차(아반떼)에 비해 435배의 월등한 부가가치를 자랑한다. 땅 위를 달리는 자동차 수출국인 한국이 하늘을 누비는 비행기까지 수출하면 ‘하늘과 땅 차이’의 국부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2001년 2월 고등훈련기 KT-1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면서, 한국도 비행기 수출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난해 8월 터키 공군에 KT-1기 55대를 납품하기로 하는 등 대형 수출 물꼬도 트였다. 이제 대당 2000만달러 규모인 T-50기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에 수출할 날이 임박한 상황이다.
◇부품 30만개, IT의 총아= 비행기 1대에는 전자, 기계, 소재, 정보통신 등 IT부품 30만개가량이 들어간다. 그야말로 당대 기술의 총아인 셈이다. 이날 공장에도 T-50 27호기가 외형을 모두 갖춘 채 마지막 진단을 받고 있었다. 이때 각 동체 부분 회로에 연결돼 시험되는 와이어 수만 무려 1만1000회선에 달한다. 비행기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전자구조물이다. 우리나라는 조립, 공정 기술은 거의 선진국 수준까지 따라잡았지만, 부품·소재 부분은 여전히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30∼50% 수준에 머물렀다.
◇무인 전투정찰기 등 기술 고도화 지속=한국항공우주산업은 미래 전자전의 핵심이 될 무인전투정찰기를 오는 2020년까지 독자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 에어버스와 공동 기술개발 협약을 맺고, 대형 여객기 개발과 제작에 뛰어들었다. 비행기도 데이터링크, 자기보호, 전자전 대응 등 숨가쁘게 지능화·고도화한다.
박노선 한국항공우주산업 전무는 “자주적 방위 역량에 기초한 첨단 산업의 육성이란 측면에서 항공산업은 미래 성장동력 중에서도 그 중심에 선 분야”라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오는 2010년 매출 목표 1조8000억원, 세계 10대 항공업체 진입이라는 ‘10·10(더블 텐)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세계 항공산업의 중심에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개요 (단위:억원)
- 설립일: 1999년 10월
- 주요주주: 한국산업은행(27.92%), 두산인프라코어·삼성테크윈·현대자동차 각 20.54% 등
- 사업장 및 직원: 사천 1(본사)·2사업장 및 서울사무소, 2800여명
- 2007년 매출(영업이익): 8,002(74)
- 2010년 목표 매출(영업이익률): 18,000(5.5%)
사천(경남)=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