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포커스]금산분리 완화

 본지는 대대적인 지면 개편에 발맞춰 거시경제 및 미시경제 분야의 이슈를 점검하는 ‘수요 포커스’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본지는 매주 수요일 독자 여러분에게 경제 분야 이슈의 핵심과 전망 등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금융기관을 글로벌 경쟁체제에 맞는 몸집으로 만들기 위한 금융산업 구조 개편이 시작됐다.

 MB정부의 금융산업 구조개편의 주요 수단은 △금산 분리 완화 △산업은행 등 정부 소유 은행 민영화 △자금시장 통합법 제정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금산 분리 완화다. 금산 분리는 일반 기업은 은행을, 은행은 비금융 기업을 갖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벽을 쳐놓은 제도.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가 되는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러나 새 정부는 이러한 우려가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금산분리 완화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31일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금산 분리 완화의 핵심은 △사모펀드(PEF) 및 연기금의 은행투자 확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한도 확대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 자회사 소유 허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산 분리 완화가 론스타와 같은 투기자본이 국내 은행을 인수하거나 재벌 등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화하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산업자본이 출자한 사모펀드가 은행을 소유하는 것이 더 쉬워지지만 규제완화 대상은 전략적 투자자로, 론스타와 같은 투기성 사모펀드는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PEF는 투기자본보다 전략적인 투자를 하는 곳만 유치할 것”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한국에 자금이 모자랐고 구조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외국계 투기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일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사회공헌 및 법률위반 기록 등 대주주 자격을 사전심사받게 되고 은행에 준하는 회계감사를 받는 등 사후 감독도 강화된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실제로 산업자본이 들어오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금산 분리로 가장 혜택을 얻을 기업은 바로 CJ그룹과 SK그룹 등이다. 최근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금융회사를 매각해야 했던 기업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규정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 따라서 지주회사로 전환한 그룹은 2년 안에 보유지분을 전부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지주사의 비금융 자회사 소유허용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 자회사를 무조건 매각해야 했던 SK그룹과 CJ그룹에는 희소식이다.

 금감위는 공정위와 협의해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소유를 막고 있는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유희상 공정거래위원회 시장분석정책관은 “공정위의 기존 금산 분리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만 지금은 검토 단계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반응도 환영 일색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금산 분리가 완화되면 대기업 집단의 지주회사 전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이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져 향후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