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역벤처의 항변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내실을 키워가는 기업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모여 어떤 협업을 시도하려 할 때는 밥값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기도 합니다.” 지역 소재 벤처기업 사장의 얘기다.

 지역 벤처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알아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 현실이란 어떤 업종의 기업이 많은지, 대체적인 규모는 어떻고, 또 어떤 지원을 바라는지 등이다. 이들이 내는 소리를 종합하면 ‘지역이라고 무시하지 말라’는 것과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는, 어찌 보면 모순된 두 시각이 그대로 나타난다.

 지역 벤처기업이 서울 및 수도권 소재 기업에 비해 양적 또는 기술적으로 여러 면에서 뒤처져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지역 균형발전이나 지역 산업 활성화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업종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단적으로 부산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조선기자재 벤처기업이 존재한다. 이 분야는 조선업 호황과 함께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울산 및 경남의 자동차와 기계부품 벤처업계도 그렇다. 해당 지역의 특정 벤처기업 매출과 회사 규모는 잘나간다는 서울 소재 유명 IT기업을 넘어서는 사례도 많다.

 특정 업종에서는 전국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기업이 많다 보니 통째로 무시당하고, 열악한 분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여기에 걸맞은 현실적 지원은 없다는 것이 지역 벤처업계 불만의 요지다.

 ‘우리가 전국 최고’라는 자부심 아래 서울 소재 유망벤처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고집스러움과 ‘다만 몇 천만원이라도 지원해주면’ 하고 내심 바라는 마음이 공존하는 곳이 지역 벤처업계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