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배전설비 사업이 곳곳에서 어려움을 만났다. 전남 광양에서는 한전을 상대로 1만명 규모가 손배소를 준비 중이며 서울시도 최근 모든 배전설비를 지중화하라는 조례를 발의했다.
전남 광양지역 시민단체 ‘광양 백운산지키기 범시민 대책본부(위원장 강용재, 이하 대책본부)’는 “백운산을 통과하는 송전선로를 건설하려는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지역 시민 1만명이 원고로 참가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3일 밝혔다. 6000명가량의 참가 희망자를 모집했으며 5일에는 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후원회 행사도 개최한다. 환경권·행복추구권 등을 근거로 전체 손해배상 청구액은 원고 1인당 1만원가량으로 전체 청구 금액은 총 2억원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허형채 대책본부 사무처장은 “백운산을 지키려는 지역 시민들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려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공사는 신강진과 광양 사이 111㎞ 구간에 345㎸ 전선 2회선이 지나가는 철탑 280기를 건설하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2005년부터 일부 철탑이 백운산을 가로지르면 경관 훼손, 생태조건 변화, 도시미관 저해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책본부는 신강진과 광양변전소 사이에 개폐소를 설치하거나 일부 송전선로를 지중화해 송전선로가 백운산을 통과하지 않도록 하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대책본부가 감사원에 해당 사업의 감사를 청구, 받아들여져 감사청구2팀이 조사에 나섰다.
한전은 해당 사업에 대해 “백운산에 설치될 예정인 철탑은 산림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공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될 수 있는 환경친화도장 시행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송전선로 지중화는 주변지역 지중화 여건이 미흡하고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으로 어렵다”는 견해다.
최근에는 서울시도 한전 배전사업에 어려움을 더했다. 남재경 의원 등 서울시의회 의원 13명은 앞으로 설치되는 배전시설물을 의무적으로 지중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전주·전선·변압기·개폐기·분전함 등 배전시설물의 도로점용승인을 신청하거나 갱신할 때 지중화계획을 수립, 추진하도록 했다. 사실상 서울시의 모든 배전시설물을 지중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구나 원칙적으로 지중화 비용을 한전이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대개 지자체가 배전설비 지중화를 요구하면 한전과 지자체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한다. 이 조례안은 교통위원회 집행부의 법률 검토를 거쳐 이르면 오는 25일에 열릴 서울시의회 임시회의서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업계는 규모를 막론하고 배전이라는 사업 자체의 중요성이 큰만큼 관계 기관 간 시각차 조율이 중요하다고 봤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시각에 따라 사안을 달리 볼 수는 있지만 전기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한 원활한 갈등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