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후보 격전지를 가다](중)송파갑

 송파갑 지역 총선 결과는 과기·IT 영역에 몸을 담은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과학기술, IT 업계 출신 후보가 정면으로 맞붙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정직 통합민주당 후보와 박영아 한나라당 후보. 원래 이 지역은 ‘거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의 지역구였지만 이번에는 과기·IT 업계 출신의 두 정치 신인이 ‘금배지’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한국물리학회 부회장인 박영아 후보(47)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통 이과계 인사다. 28세의 나이에 명지대학교 교수로 임용돼 당시로서는 드문 여성 물리학자로 현재까지 한국물리학회 부회장 겸 여성위원장 등을 맡으며 활동해왔다.

이번에 정계에 입문한 건 그간 정계 및 관가에 과학전문가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다. 그는 “전문가 부재로 과기 분야 많은 사업들이 예산배정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선진 한국의 신성장동력을 과학기술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한나라당에서도 박영아 후보의 이런 포부를 인정해 과학기술 전문가 몫의 전략공천 대상자로 삼았다.

일각에서는 현실 감각이 없는 이른바 ‘먹물’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던지지만 박 후보는 오히려 검증된 행정력이 강점이라고 맞받는다.

세계물리연맹 여성실무그룹 위원, 아시아태평양물리학연합 여성실무그룹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올해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여성물리대회 유치를 주도한 것 등이 증거다.

그는 “과학기술 분야는 경제, 교육 등과 긴밀히 연결돼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분야”라며 “학계에서 20여년간 쌓은 경험과 이론을 현실에 적용시키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자유주의교육안정연합 조직위원장 활동 경력 등에서 보여지듯 교육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의 학력평가, 자립형 사립고 정책 등이 지역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에 맞서는 정직 통합민주당 후보(45)는 출마 직전까지 동영상 솔루션 기업인 네오플렉스에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정진길 전 의원의 장남인 그는 중앙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한 전문 경영인인이자 정치인 2세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의 뒤를 잇는 일이고 국가적으로는 지역구의 현안에 봉사하려는 목적”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기업 경영 경험과 평범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쌓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복지, 교육 사업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다. 특히 관심이 있는 분야는 교육. 그는 “공교육이 바르게 서지 못한 현 상황을 바꿔 나가겠다”며 “당선 후 지역 초중고 학교 예산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공교육 개선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30여년간 송파갑 지역에서 생활했던 것도 정직 후보의 강점이다. 잠실 아파트 단지 재개발 및 리모델링 문제, 풍납동 몽촌토성 보존 및 개발 문제 등 지역 현안을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뜻.

그는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하고도 팽팽한 시각들이 많다”며 “이런 사안들에 대해 위원회, 주민자치위 등을 구성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조정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 모두 정치 신인이라 낮은 인지도를 높이고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게 선거운동의 과제다. 발이 닳도록 상가나 인파가 붐비는 곳을 찾아 지역구민을 설득하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 1일엔 지역 케이블TV 합동 토론회에서 치열한 공약 공방을 펼쳤다.

당선 후 어떤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냐는 질문에 박영아 후보는 전공을 살린 과학위나 교육위, 정직 후보는 공약의 핵심이 담긴 교육위나 아버지의 뒤를 이을 수 있는 국방위에 몸을 담고 싶다고 대답한다.

두 후보 중 누가 자신이 원하는 위원회에 들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지금도 송파갑 지역에서는 두 후보의 뜨거운 민심잡기 경쟁이 한창이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