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디지털산업단지 3,5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길 이곳저곳을 걷다 보면 눈에 드러나는 간판이 별반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건물 이름을 알리는 거대한 표식과 빽빽이 드러선 아파트형 공장 숲은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에게는 삭막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여기도 사람이 모이는 곳.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길 구석구석에는 사람이 뿜어내는 활기와 온기가 스며 있다. 점심시간. 유난히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건물 바깥에 놓인 벤치에서 담배와 커피를 즐기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최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3길과 5길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매장이 많이 들어섰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이 늘면서 먹거리·마실거리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젊은층이 많다 보니 인지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입점했다.

 빕스, 포호아, 놀부부대찌개, 본죽 같은 곳은 이 근방에서는 유명한 꽤 오래된 프랜차이즈다. 할리스, 스타벅스, 톰앤톰스, 앤제리너스 등 커피전문점을 찾는 일도 이제 그리 어렵지 않다.

 인구가 늘어나 어느 정도 상권을 형성하다 보니 다양한 음식을 파는 명소도 등장했다.

 코오롱 디지털타워빌란트 2차의 1층에 자리잡은 램&와인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거의 유일한 와인바다. 작년 7월 문을 연 이 집에서 와인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유기로 만든 와인잔과 김번 선생의 철각조각.

 엄종음 사장은 방자유기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제품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이곳을 열었다. 엄 사장이 말하는 유기 와인잔의 매력은 부딪혔을 때 울리는 진동. 사람의 심박수와 같은 진동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한다. 젊은 층이 많이 찾다 보니 와인은 1만9000원에서 8만9000원 사이 가격이 주를 이룬다. 램&와인에 전시된 유기제품과 김번 선생의 작품을 구매도 가능하다.

 지난달 마리오타워 1층에는 중국식 레스토랑 살라칸스가 문을 열었다. 신라호텔 주방장 출신인 화교 주방장이 요리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업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주변 직장인들의 입소문을 탔다.

 호프집 유비쿼터스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다. 퇴근 후 가끔 이곳을 들른다는 직장인 김수민씨(29)는 “이름에서 풍기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며 “같이 찾는 사람들끼리 언제, 어디서든 취할 수 있는 곳이라는 농담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