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깁니다. CEO는 모든 일을 다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적합한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요.”
위재훈 제네시스텔레커뮤니케이션스 사장은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듯 와인도 때와 장소에 맞게 전문가에게서 추천받는다. 길고 복잡한 와인명을 외우는 것을 아예 포기했지만 누구보다 와인을 즐긴다.
“어려운 불어나 이태리어로 쓰인 와인 라벨을 줄줄이 외워야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요즘 와인이 대중화하면서 웬만한 레스토랑에는 소믈리에나 그에 준하는 전문가가 포진해 있죠.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그래야 실패가 없습니다.”
위 사장은 자리의 특성에 맞춰 소믈리에에게서 적합한 와인을 추천받는다. 그가 생각하는 톱 매니저의 최고 덕목은 스태프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다. 와인을 고를 때도 이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받았다. 와인 이름을 모른다고 기죽거나 어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도 매우 빠르다. 이날 추천받은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누아 ‘페블리 메르퀴레 클로 뒤 로이 프리미에 크뤼(Faiveley, Mercurey Clos du Roy 1er Cru)’였다. 부르고뉴 와인인 탓에 이름이 어렵기 그지없다. 그는 요즘 피노누아의 섬세하고 우아한 맛에 빠져 있다.
그가 와인을 즐기기 시작한 것 1980년대부터다. 미국 언스트영에서 회계사로 일할 당시 고객 중 와이너리가 몇 개 있었다.
“그 당시 미국 와인은 싸구려로 취급받았지요. 하지만 미국 와이너리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업그레이드에 성공했어요.”
그는 한국의 IT제품이 초기의 우려를 딛고 세계 속에 빛나는 제품이 된 것처럼 미국의 와인 브랜드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와인을 즐기게 됐다는 위 사장. 그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제네시스도 총괄한다. 일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그는 디캔터와 스크루를 비롯한 와인 용품에 관심이 많다.
“와인 용품에도 프랑스 것은 예술성이, 영국은 실용성이 나타나지요. 각 나라의 특성이 녹아든 용품은 그 나름의 매력을 발산합니다.” 위 사장은 디캔터의 역사를 상세하게 설명할 정도로 와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위 사장은 “와인은 미술품처럼 수집의 대상이라기보다 마셔 없애는 존재며, 어려운 문학처럼 수많은 수사가 동원되는 철학적 대상이 아니다”며 선홍빛 피노누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김인순기자 insoon@
<위재훈 사장의 추천 와인>
와인: 페블리, 메르퀴레 클로 뒤 로이 프리미에 크뤼 (Faiveley, Mercurey Clos du Roy 1er Cru )
빈티지: 2003년
생산국 및 지역: 프랑스
종류: 레드(red)
포도품종: 피노누아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