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사용하는 인터넷이 바닷속 저 깊은 수면에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됐음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사람의 뇌가 수많은 신경세포가 연결돼 갖가지 동작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바다 속에도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정보시스템을 움직이는 촘촘한 신경망, 해저케이블들이 가득하다.
# 클릭 한번에 지구촌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세계 최초의 신경망은 1851년 영국과 프랑스를 잇기 위해 도버 해협을 횡단해 건설된 해저전신케이블이다. 양국간 전보 교류 등을 위해 마련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부산(송정)∼일본(하마다)간에 설치된 해저동축케이블이 첫번째고 1990년에는 제주(성산포)∼고흥간 해저광케이블이 개설됐다. 이 후 1995년부터 2002년까지 7년간 총 9개의 국제해저광케이블을 건설, 지구촌 곳곳과 소통하고 인터넷 강국이 되는 기반을 갖췄다.
국제해저케이블은 세계 각국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신수단으로써 현재 국제통신(인터넷, 국제전화)의 99%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위성 등 무선방식과 달리 지연이 없고 기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데다 보안성도 뛰어나다. 이 때문에 세계를 이어주는 아주 효율적인 멀티미디어 통신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 통신이나 인터넷 이외에도 방송 등에서도 해저케이블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KT의 경우, 부산 송정과 거제에 국제해저센터를 두고 북미 및 유럽을 걸쳐 전세계를 잇는 5개 해저케이블을 운용중이다. 이 해저센터는 국제통신 시스템을 관리하고 해저케이블의 유지 보수, 고장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제해저센터는 인터넷 트래픽이 반드시 거쳐가는 관문이다. 네티즌들이 각 가정이나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트래픽은 코넷망과 국제관문국을 거쳐 국제해저센터로 집중된다. 집중된 트래픽은 각각의 목적지와 연결되는 해저광케이블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전달된다. 네티즌들은 단지 클릭만 할 뿐이지만, 이 짧은 순간에도 통신시스템은 트래픽을 분석하고 해저케이블은 눈깜짝할 사이 해당 사이트를 연결한다.
# 대용량·초고속화되는 해저케이블
인터넷의 기하급수적인 속도 증가 추세에 발맞춰 해저광케이블의 기술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고밀도광파장분할다중화(DWDM), 광섬유 증폭, 초고속 광반도체, 광자 등의 기술을 근간으로 파장당 10기가(Gbps) 이상의 초고속 시스템이 실용화됐다.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 태평양 건너 미국을 연결하는 TPE(Trans Pacific Express, 태평양 횡단 초고속망) 해저광케이블이 건설중이다. 아시아와 미국간 급증하는 인터넷 트래픽을 수용하고 대용량·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TPE 구축에는 버라이즌(미국), 차이나텔레콤·차이나넷컴·차이나유니컴(중국), 청화텔레콤(대만), KT(한국) 등 4개국 6개 사업자가 컨소시엄을 이뤄 참가한다. 서비스 사업자는 미국 타이코텔레콤이다.
TPE가 주목 받는 이유가 바로 고밀도광파장분할다중화(DWDM)라는 최첨단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기술은 해저케이블의 광섬유 1쌍당 640Gbps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데다 총 4쌍으로 구성이 가능해 전체 시스템 용량을 2.56테라(Tbps)로 늘릴 수 있다. 또한 자동 복구 환형망으로 구축돼 네트워크의 신뢰도를 높이고 루트를 다원화할 수 있다.
그 규모도 놀랄만하다. 태평양을 횡단하는 만큼 총 길이가 1만6500㎞에 달하며 아시아 구간은 한국 거제 육양국을 비롯, 중국의 칭타오와 총밍, 그리고 대만의 탄수이를 연결해 미국 오레곤주의 네도나를 연결한다. 지난해초 착공돼 올 하반기 준공될 TPE는 말그대로 태평양을 건너는 최대의 정보 바닷길이 될 것 전망이다. 이는 KT가 현재 운용중인 RJK, APCN, FLAG, SMW-3, CUCN, APCN-2, KJCN 등 국제해저케이블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우리나라를 동북아 통신 허브, 국제통신의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 방송 등 컨버전스 시장 주도권 확보
해저케이블은 통신과 인터넷 뿐만 아니라 디지털 방송 전송에도 활용된다. 오는 8월 개최되는 베이징올림픽의 중계도 이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최근 대한민국 합동방송중계단(Korean Pool)을 구성하고 통신관련사업자로 KT를 선정, 방송 중계 인프라 구축을 맡겼다.
이제 지구촌 곳곳을 연결하는 방송 중계도 국제 해저케이블을 통해 고품질의 선명한 HDTV 화면과 생생한 스테레오 음향 효과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김수만 KT 네트워크부문 망관리본부 국제해저센터장 kims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