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세미나
거대한 선박에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펠러를 절삭하려면 어떤 공작기계가 필요할까. 정답은 5축 가공기다. 기존 3축 가공기로 집채만 한 프로펠러의 곡면을 깎다 보면 오차가 커 선박 운행 시 진동을 일으킨다.
첨단가공기술의 결정체인 5축 가공기를 그동안 선박용 프로펠러, 항공기 터빈, 차량용 터보차저 등 극히 정교한 형상의 기계가공에 제한적으로 썼다. 미국·일본·독일 등 일부 공작기계 강국이 관련 기술을 독점했다. 그런데 공작물의 형상이 복잡해지고 가공정밀도에 대한 요구가 엄격해지면서 일반 부품에도 5축 가공기를 적용하는 추세다.
1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KINTEX 2층 204호에서 개최되는 국제공작기계기술세미나는 최근 공작기계업계의 핫이슈인 ‘5축 가공기의 최신 기술동향 및 적용사례’가 주제다. SIMTOS2008 부대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이번 세미나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의 열띤 강연이 준비돼 국내외 생산 및 수요업체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공작기계업계에서 5축 가공기를 주목하는 배경은 공작물을 한 번만 설치해 모든 방향의 가공을 완료하는 쾌속성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작물 재설치나 세트업에 따른 오차가 없어 가공정밀도가 향상된다. 또 가공시간을 단축시키고 정밀도를 향상시켜 다품종 소량생산, 변종변량생산, 공정집약, 원가절감 등 산업현장에서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
이번 공작기계기술세미나는 주최국인 한국을 비롯, 독일·미국·일본 등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첨단 5축 가공기와 관련한 최신 해외기술 동향을 확인하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발표내용
: 도쿄농공대학 공생과학기술연구원 부원장 마사오미 쓰쓰미 교수
5축 머시닝 센터는 그동안 복합형상의 항공부품, 자동차 부품 제조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5축 가공기 활용에서 까다로운 점은 직선축과 회전축의 동시제어/동기모션에 의한 오차 등 3축 가공기에는 없는 다양한 오차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5축 가공기의 오차를 측정하는 적절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볼바를 이용한 두 가지 측정방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최근 개발된 2축 동시 이동시의 동기오차 측정방법과 NAS 979표준에서 규정하는 5축 가공기 테스트 방법인 원뿔형상 측정방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는 5축 머시닝 센터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한 정기검사에서도 극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있다.
◇미국 맥 신시내티사: 랜달 S 본 몰 항공부품 가공부장
항공기 부품의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위해서는 기계와 스핀들의 최적화와 함께 새로운 항공기에도 적용 가능한 항공부품의 범용성이 필요하다. 과거 항공용 공작기계는 알루미늄과 티타늄의 고성능 가공에 최적화되지 않았다. 이제는 스핀들과 절삭공구기술의 급발전으로 인해 오래된 알루미늄 가공장비로도 티타늄 부품가공이 가능하게 됐다. 반면에 최신 항공용 알루미늄 부품은 스핀들 속도, 파워 등의 제한으로 더 이상 구형장비에서는 가공되지 않는다. 항공기 제조사는 항공부품 가공을 위해 자동차, 자동차부품 제조사들이 수년 전부터 사용하는 대형 5축 가공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선 실제 항공기 부품 가공 사례와 경합금과 티타늄 등 난삭재 가공을 위해 최적화된 고속 항공기 부품가공 장비를 소개한다.
◇야마자키 마작: 나카니시 마사즈미 부장
기계제조업에서 5축 가공기를 사용할 때의 큰 이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5축 가공기는 “고가며 어렵다”는 인식으로 인해 일부 대기업에서만이 사용되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세계 최대의 야마자키 마작은 이미 지난 96년 정밀도 및 성능을 향상시킨 저렴한 가격의 고성능 5축 가공기를 개발, 보급하고 있다.
이번 기술세미나에서는 최신의 고성능 5축 가공기를 개발한 경위와 그 특징을 소개하고 과거 출시한 복합가공기가 5축 가공기 시장과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5축 가공기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화천기공: 염규용 센터장
금형은 동일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도구로서 자동차·전자·생필품 등을 중심으로 전 산업분야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격경쟁력 문제로 중국 및 동남아 등으로 금형제작공장이 이전하는 추세다.
이에 대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이미 독일, 일본 등의 금형 선진국에서는 5축 가공기를 이용해 공정수 단축과 무인가공으로 인건비 절감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슬라이드코어와 작동코어의 3+2축 가공이 가장 많은 공수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이번 세미나에서는 5축 가공기를 이용한 효율적 공정단축과 고정도 가공을 위한 부가기능을 소개할 예정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특별기고
공작기계의 역사는 학창시절 국사책에서 배웠던 석기도구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공작기계를 모든 기계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공작기계는 산업화 시대를 맞아 전쟁무기를 생산하면서 비약적 기술진보를 이뤘다. 우리나라의 공작기계산업은 70년대 중화학 산업부흥에 토대를 제공하면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초기 국산 공작기계는 일본의 자동선반을 모방하는 단순 제조업의 수준에 그쳤고 90년대 초까지 수입장비의 홍수 속에 만성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90년대 중반부터 IT와 공작기계의 융합을 통한 CNC국산화에 착수했고 독일, 일본, 미국에 의존하던 공작기계 핵심부품의 수입대체가 시작됐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 2004년 공작기계의 무역수지는 처음으로 적자를 탈피했고 지난해는 수출 20억달러, 4억6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공작기계 생산규모도 대만·미국을 제치고 세계 5위로 발돋움했고 수출 면에서 독일, 일본, 이탈리아, 대만, 스위스에 이어 세계 6위의 위상을 갖췄다.
이 같은 성장은 적극적 정부지원 외에 자동차·조선·IT산업에서 탄탄한 수요와 함께 지속적인 기술투자와 품질향상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다. 아울러 인도·터키·베트남과 같은 신규시장을 향한 공격적 마케팅도 큰 역할을 했다.
우리 공작기계산업이 처한 국내외 현실에는 적잖은 난관도 기다리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는 한국의 주력제품인 미들엔드 공작기계는 선두 일본·독일기업과 기술격차가 여전한 가운데 대만·중국 등과 치열한 가격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내수시장은 자동차업계가 청정에너지와 플라스틱 차제를 도입함에 따라 전통적인 공작기계의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또 항공기나 휴대폰, 노트북PC 등 작고 정밀하며 더욱 강성이 높은 부품생산에 적합한 신개념의 공작기계 기술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실용정부는 공작기계의 핵심기술과제로 IT와 기계기술의 융합을 통한 지능화, 초고속, 초정밀, 다축 다계통 CNC 설계기술 등을 선정했다. 또 5∼10년 후의 유망기술인 가상제조, 미세초정밀 가공시스템, 고유연 생산시스템, 멀티 자동생산시스템도 눈여겨보고 있다. 또 산업계가 원하는 수요맞춤형 공작기계개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러한 IT와 융·복합화를 통해 국내 공작기계산업은 미들엔드 시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5년 내 하이엔드 시장에서도 선진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전망이다. 그리하여 오는 2020년까지 한국은 공작기계 세계 4강의 꿈을 실현할 것이다.
허남용 지식경제부 기계항공시스템과장 nyher@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