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통합시켜서 글로벌 경영을 지원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경영 성과를 이룩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각 나라에 흩어져 운용되는 ERP시스템을 통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GSI:Global Single Instance)가 주목받고 있다. GSI는 IT인프라가 발전함에 따라 가능하게 됐고,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GSI란 사업본부나 지역 또는 국가별로 분산돼 있는 별도의 ERP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복수의 애플리케이션-복수의 데이터베이스’ 환경을 ‘단일 애플리케이션-단일 데이터베이스’로 바꾸는 것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각 지역이나 권역별로 별도의 ERP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는 복수 인스턴스 체계를 갖춰 사용해 왔다.
GSI 환경이 갖춰지면 전 세계 어떤 법인에서 데이터를 입력하더라도 실시간으로 승인과 결산이 가능하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와 서비스 환경도 간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GSI의 최대 장점은 연결 손익을 다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까지 글로벌 기업들은 IT의 기술적인 한계로 지역별로 별도의 ERP시스템을 구축해 사용해 왔으나 최근 들어 네슬레, P&G 등의 글로벌 기업이 GSI로 전환해 글로벌 경영에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금호타이어와 삼성물산도 GSI로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I는 올해 ERP 시장의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는 ERP가 GSI로 인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영은 모든 기업의 고민이자 현실이며, 이를 위해 단순한 시스템 통합이 아닌 고도화된 ERP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일 ERP 인스턴스
액센츄어는 ERP 시스템의 인스턴스 전략을 인스턴스의 수에 따라 단일 프로덕션 인스턴스와 복수 프로덕션 인스턴스로 구분하고 통합의 정도에 따라 단일 인스턴스, 통합 운영, 통합 데이터, 개별 운영 등 4가지로 세분화했다.
단일 인스턴스(one instance)는 하나의 통합된 DB를 사용하며, 하나의 공통된 비즈니스 프로세스로 설계된다.
따라서 완전한 글로벌 인스턴스가 가능하며 글로벌 통합 관리가 내재돼 있다. GSI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표준화를 지원하고 코드를 재사용하게 해주며 마스터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한다.
또 애플리케이션 관리 비용을 줄이고 실시간으로 글로벌 상황 조회 및 리포팅을 제공해 주며 롤아웃(rollout)과 업그레이드 비용을 줄여준다.
통합 운영(integrated operation)은 복수의 ERP DB를 사용하며 개별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 설계가 가능하다. 데이터와 트랜잭션 공유 메커니즘을 통한 글로벌 관리 실현이 가능하다.
통합 운영은 공통 비즈니스 프로세스 지원 능력이 우수하며 실시간으로 비즈니스 기능 조회가 가능하다. 또 중간 수준의 비즈니스 기능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데이터 통합(consolidated data)은 통합 운영과 마찬가지로 복수의 ERP DB를 사용하며, 개별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 디자인이 가능하다. 여기에 일관적인 리포트 생성을 위한 공통 데이터 구조를 갖추고 DW솔루션을 통한 글로벌 관리가 가능하다. 데이터 통합은 시스템의 확장성 제고, 융통성 있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지역적인 자율성, 롤아웃 일정의 유연성, 시스템 가용성 증대 등을 실현시켜 준다.
이 밖에 개별 운영(independent operation)은 통합 측면에서 가장 뒤처진다고 볼 수 있으며 다수 ERP DB를 사용하며 글로벌 통합 실현은 불가능하다.
GSI는 다른 인스턴스 적용 전략에 비해 시스템의 가용성과 확장성 등에서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GSI 구현과 인스턴스 통합 프로젝트로 재무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전사적인 표준화 등의 정성적 효과를 달성했다.
GSI 적용의 가장 큰 효과 중 하나인 ‘글로벌 기준 다차원 손익분석체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기준의 정보의 정확성과 적시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
#분산에서 통합으로
오늘날 기업의 성장과 성공 이면에 IT의 기여가 컸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기업들은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자사의 경쟁력을 높이며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기 위해 IT에 투자했고 IT 역시 기업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줬다.
ERP부터 공급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도입했으며 해외 사업장을 신설할 때 본사 수준의 IT환경을 구축하도록 독려했다. 그에 따라 IT 투자비용 상승이라는 복병이 등장했다.
분산 구축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하드웨어, 네트워크 비용에 시스템도 복잡해진다. 이에 따라 업무 프로세스를 조금만 변경해도 각 지역 시스템을 수정해야 했다.
지역별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전사 공통된 표준 프로세스를 따르기보다는 지역마다의 특수성을 고려한 프로세스를 반영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본사와 지역 법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단절을 야기하기도 한다.
GSI는 하드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의 통합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업 내 모든 프로세스, 조직, 업무를 단일 기준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GSI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하며 기업 운영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또 유지보수비용도 절감된다.
#연결 손익 다차원으로 분석
GSI는 IT인프라 고도화와 업무처리의 간소화를 실현해 준다. 여러 개의 ERP시스템의 데이터를 모아서 처리하는 것과 단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처리해 주기 때문이다.
또 IT인프라 유지보수 비용도 크게 절감된다.
IT인프라 수준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 비용과 시간도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외 기업들은 갈수록 해외 진출이 늘고 있으며 이들 기업에 단일 인스턴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될 것이다.
액센츄어의 고객사인 한 제조기업은 GSI 적용의 가장 큰 효과로 ‘글로벌 기준 다차원 손익분석체계 구축’으로 글로벌 정보의 정확성과 적시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
이 기업은 본사와 개별 법인 간의 손익과 재무 연결회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사용, 재무 연결회계는 정보의 적시성과 정확성이 떨어졌었다.
GSI 구축 이후 이 회사는 재무회계관점과 글로벌 관점의 손익/재무회계를 구축해 글로벌 기준 수익성 분석 정보가 가능해졌고 월별 연결회계 시스템에 의해 결과를 산출할 수 있었다.
이 기업은 과거에 조직 손익에서 상향식 방식으로 제품 손익 등을 별도로 생성했으나 현재는 거래 건별 손익에서 하향식 방식으로 조직, 거래처, 제품, 거래건 등 다차원 손익을 조합하게 됐다.
이태진 액센츄어 SI&T 그룹 이사 tae-jin.lee@accenture.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GSI의 장·단점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