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연구소. 바로 세계 속의 삼성 TV를 만드는 첨단 영상 기술의 집산지다.
디지털미디어(DM) 빌딩 5층에 있는 연구소는 이름부터 비범하다. 연구소가 아닌 ‘신기술 탐구실’이라는 문패가 붙어 있다. 영상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부문은 이곳 DM빌딩 5, 8, 9, 10층의 4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연구 인력은 1400명에 달한다. 1000명이 넘는 고급 엔지니어가 거의 24시간 교대로 미래 디지털 TV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히 5층 신기술 탐구실은 미래에 선보일 신제품이 소비자를 만나기 전 마지막 시험을 거치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제품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LCD TV다. 두께가 겨우 1인치에 불과하다. 2.54㎝로 거의 액자와 같은 수준이다.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선보여 경쟁업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제품 외에도 3차원(D) TV를 비롯한 네트워크TV 등 최첨단 제품이 시장에 출시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개발을 총괄하는 김현석 상무는 삼성이 단기간에 평판TV 시장 주도 업체로 자리 잡은 배경을 주저없이 “차별화”라고 답했다. 경쟁업체와 다른 기술과 제품이 후발업체였던 삼성이 평판TV 분야에서 소니와 같은 거대 기업을 앞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소니는 30년 가까이 세계 TV시장을 주도한 업체입니다. 소니라는 브랜드 하나로도 별다른 마케팅이 필요 없습니다. 이들 기업을 상대로 TV시장에서 삼성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겨우 몇 년 사이입니다. 소니TV 등 경쟁 제품을 모방하는 단계부터 시작해 2006년부터 평판TV 분야에서 서서히 소니를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이들 선발 경쟁업체가 삼성의 기술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LCD TV 부문에서 금액 기준으로 점유율 18.7%를 기록하면서 소니(17.1%)와 샤프(11.7%)의 높은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또 처음으로 ‘전체 TV 1위, 평판TV 1위, LCD TV 1위’를 차지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 브랜드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눈부신 성과였다. 차별화한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이 개발해 세계 TV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기술과 디자인은 수없이 많다. 음향기를 TV 전면에 내세우던 전통을 깬 ‘히든 스피커’, 가전 제품에서는 금기시했던 고광택의 외관 디자인인 ‘듀얼 인젝션’, 얇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위한 ‘미니멀리즘’이 모두 이곳에서 개발한 기술이다.
연구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IPTV 등을 통해 날로 콘텐츠와 가까워지는 TV를 겨냥해 네트워크와 연결성을 높인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TV로 보다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인포링크’와 ‘와이즈링크’, 소비 전력을 낮춘 친환경 기술인 발광 다이오드(LED) 기반의 ‘카멜라온 라이트’는 미래 소비자를 위해 연구소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첨단 기술의 하나다.
제품 마케팅 부문의 전성호 상무는 “차별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TV를 소비자에게 보여 준다는 사명감이 결국 삼성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의 진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