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올해 초만 해도 권영수 사장이 “앞으로 2년내 시장은 없다”고 공언했던 차였다. 달리 보면 남들보다 앞서 차세대 투자에 나서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지 않을 뿐, 양산 채비까지 미루지는 않겠다는 현명한 ‘반어법’으로 해석된다. 2010년까지 향후 3년간 국내외 14개 패널업체들이 무려 29개에 달하는 AM OLED 신·증설 라인을 가동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초기 시장을 확실히 선점하겠다는 삼성(SDI·전자)의 공세와 더불어 전세계 AM OLED 시장은 이제 차기를 대비한 ‘양산 경쟁’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삼성은 개척자=대다수 국내외 패널 업체들이 ‘빠른 추격자’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 달리 삼성은 적극적인 시장 개척을 통해 AM OLED의 패권을 잡겠다는 행보다. 삼성SDI가 앞장을 섰다. 삼성SDI는 작년 하반기 세계 처음 4세대 AM OLED 양산 라인 2기를 가동했다. 올 연말까지 추가로 2기 양산 라인을 가동한다. 일본 카시오가 빨라야 올해 말 4세대 양산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1년이나 앞선 셈이다.
향후 더욱 공격적인 움직임이 예상되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오는 8월 기흥사업장에 14인치 TV용 AM OLED를 생산할 수 있는 테스트라인을 구축한다. 비록 테스트라인이라고는 하나 월 1500대(원판투입량 기준)를 양산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오는 2010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아예 5세대(1100×1300) 투자로 직행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의 5세대 양산 목표는 그룹내 경쟁사인 삼성SDI보다 6개월이상 빠르고 일본 소니보다 앞선다. 그룹내 AM OLED 사업의 무게 중심이 삼성SDI에 쏠려 있지만 어떤 쪽으로 ‘교통정리’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이유다.
◇양산 경쟁의 변수=국내외 패널 업체들이 AM OLED 양산에 가속도를 냈지만 공통 현안은 양산기술의 조기 안정화 여부다. 삼성SDI가 지난해 하반기 4세대 양산라인을 구축하는데 1년이상 걸린 것이나 지금도 1기 라인의 수율 문제를 안고 있다. 그마나 최근에서야 2인치대 패널은 최대 80%까지 수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10인치이상 대형 패널로 가면 다르다. 삼성전자가 기흥에 구축하는 14인치대 TV용 AM OLED의 경우 내부적으로도 잘해야 10%대의 수율을 예상한다. LG디스플레이는 4세대 AM OLED 양산 투자를 확정해 놓고도 지난 2년 가까이 연구개발(R&D)에 손을 놓은 탓에 더욱 고민스럽다.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비정질 실리콘(a-Si)’ 방식을 비롯해 총 4가지에 달하는 양산기술을 오는 5월까지 심사숙고한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AM OLED 산업 초기부터 핵심 장비·부품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해 삼성SDI의 4세대 라인에는 일본 ‘도키’ ‘DNS’ 등이 핵심 장비를 일괄 구축했으며, 올해 증산 투자 물량도 수주했다. 예정된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의 발주물량도 이들이 독식한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한 장비업체 사장은 “패널 업체로선 기존 구축 사례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거꾸로 세계적으로 대면적 양산기술이 안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장비산업의 기술경쟁력도 함께 끌어올릴 기회이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서한기자 hseo@
안정적 수율 확보가 주도권 승패 가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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