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 기업을 표방하는 삼성이 요사이 삼성 비자금 특검에 직면해 갖은 수모를 겪고 있다.
외신들은 7일자로 일제히 특검팀의 이건희 회장의 소환 관련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특검 조사에 대한 관심은 알자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주어리스트 리걸뉴스앤드리서치는 한술 더 떠 11시간에 가까운 이 회장의 소환조사 내용과 더불어 2002년에 있었던 D램 가격담합 사례까지 들춰 보도했다. 외신들은 삼성의 기업윤리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자금 조성의 사실 여부를 떠나 삼성은 외신에 오르내리며 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창업 70년 만에 맞은 최대 시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대표기업에서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을 보는 눈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은 2년 전 이른바 ‘X파일 사건’으로 인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사회공헌기금으로 여론을 달랜 바 있다. 이번에는 좀 상황이 다르다. 비자금 조성과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등 그간 지적돼온 메가톤급 문제들이 죄다 불거져 나왔으니 삼성이 느낄 충격파는 여느 때와는 분명 다르다.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정기임원인사를 4개월여 미뤘는가 하면 경영계획이나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채 새해의 3분의 1을 흘려보냈다. 그룹의 지배구조와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개선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라 안팎을 들쑤시던 이번 사건도 이제는 막바지 단계에 왔다. 회장 일가의 형사처벌 여부는 궁금하지 않다. 그릇된 관행에 매몰돼 있던 우리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성장통으로 이해하고 싶다. 삼성은 참된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국민적 지지를 얻었고,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았는지를 절감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정훈기자(국제부)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