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의 메카 `G밸리`]

 에니텍시스 직원들이 무인 민원 발급기 ‘AT-6000’의 통신신뢰성 테스트로 각종 민원서류의 발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
에니텍시스 직원들이 무인 민원 발급기 ‘AT-6000’의 통신신뢰성 테스트로 각종 민원서류의 발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정동수기자 dschung@

 “1만개에 이르는 일본 지자체가 예산절감 필요성을 느끼면서 자동증명발급기를 찾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술과 품질도 받습니다. 지금이 현지화할 적기가 아니겠습니까.”

 9일 서울 가산동 본사(가산다지털단지 전철역 건너 스타밸리)에서 만난 홍사혁 에니텍시스 사장(56)은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일본 시장을 좀 더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내수를 넘어 세계로 공략 시장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에니텍시스는 지난 2005년부터 일본 사가현과 오키나와현 등에 자동증명발급기를 공급하는 무인증명발급기 전문업체다. 웬만한 일본 지자체 사이에 유명하다. 사가사가 정보화시스템을 중대형 범용컴퓨터에서 서버기반으로 교체할 때 공급한 자동증명발급기가 대박을 터뜨렸다.

 기존 일본 업체 제품에 비해 성능이 뒤지지 않으면서도 값은 4분의 1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오키나와현 나하시도 에니텍시스의 자동증명발급기를 도입했다. 당시 나하시의 담당과장이 에니텍시스의 제품을 두고 “공무원 생활하면서 이런 일(예산절감)은 처음”이라며 탄성을 질렀다고 홍 사장은 전했다.

 홍 사장이 일본에, 그것도 대도시도 아닌 사가시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도 시 당국의 러브콜 때문이었다. ‘우리가 영업을 도와줄 테니 사가시에 투자해 달라’는 사가시의 요청과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거점을 물색하던 홍 사장의 생각이 맞아떨어졌다. 현지 유력 IT업체도 지분 투자 의향을 보여 조율 중이라고 홍 사장은 덧붙였다.

 에니텍시스는 오는 18일 일본 사가시에서 사가현 지사와 사가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지법인(까치정보통신) 투자 조인식과 함께 개소식을 할 예정이다. 까치정보통신은 현지에서 직접 자동증명발급기를 생산해 공급한다.

 까치정보통신의 또 다른 역할이 있다. 일본 진출을 바라는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팅 지원이다. 지금까지 애듀미디어(이러닝), 포시게이트(의료정보시스템 개발), 씨에프엔(로봇활용 아케이드 게임), 드림시큐리티(보안솔루션), 엑스티엠(지폐 계수결속기)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모두 G밸리에 둥지를 튼 벤처기업이다.

 홍사혁 사장은 “당분간 까치정보통신이 대표가 돼 참여 기업의 일본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독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주문정기자 mjjoo@

◆인터뷰-이병직 지앤지엔터테인먼트 기획팀장

 “드림웍스·디즈니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전혀 부럽지가 않아요.”

 창작 애니메이션 기업 지앤지엔터테인먼트(대표 설기환)에서 일하는 이병직(35) 기획팀장은 미국에서 취업 기회를 마다하고 꿈을 좇아 4년 전 한국으로 왔다.

 그가 졸업한 미국의 칼 아츠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대학이다. 월트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애니메이터와 감독 중 상당수가 이 학교 출신이다.

 2005년 4월 이병직 팀장은 미국 애니메이션 기업의 취업을 뒤로하고 서울디지털밸리의 지앤지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 입사 당시에만 해도 ‘공사판’이던 서울디지털밸리는 이제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기업의 절반 이상이 모인 창작 메카로 성장했다.

 그는 “디지털밸리의 변화만큼 짧은 시간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3년 전만 해도 해외 작품을 단순 제작만 하는 하도급 기업이 다수였지만, 그동안 정부의 지원 등으로 창작기업 수도 늘었다. 이들의 작품이 밉TV·밉컴 등 해외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으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뜻이다.

 이 팀장은 “유관한 기업이 모여 있으니 정보 교류도 빠르고, 미팅 시간도 줄어드는 등 실질적인 시너지가 크다”는 점을 서울디지털밸리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 장점 때문인지 새로 서울디지털밸리에 입주한 기업은 늘고 있지만 이곳을 떠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그가 디지털밸리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늘어난 건물에 비해 녹지가 없다는 점이다.

 “가끔 족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싶은데 그럴 만한 공간이 없어서 아쉬워요. 개발 단계에서 이런 인프라까지 고려했다면 정말 멋진 디지털밸리가 되지 않을까요?”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지만 나만의 작품을 할 수 있기에 후회 없다”는 이병직 팀장. 그가 오랫동안 준비한 2편의 TV시리즈가 세계 무대를 누리는 꿈이 디지털밸리에서 자라고 있다.

 이수운기자 pero@

◆유신테크, 한국형 재난방지 통합관제시스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각종 위험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재난방지통합관제시스템이 나왔다.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재난 방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나온 제품이어서 주목됐다.

 G밸리 입주기업인 유신테크(대표 김용근 www.자동제어공사.kr)는 ‘한국형 재난방지 통합시스템(D.M.S)’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빌딩·아파트·공장 등에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침수 및 시설물 이상 등을 인터넷, e메일, 단문메시지(SMS), 음성안내 등의 정보통신망을 통해 원격지에서 파악해 대처 또는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회사에 따르면 기존 시설물 관리시스템은 건축물의 냉·난방장치, 공조장치 등의 가동상태만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수준이어서 재난 방지를 위해 별도로 유지보수 및 시설 복구 등의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점검이 상시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예방은 물론이고 사고 후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기 어려웠다. 유신테크 제품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계자에게 해당 정보를 신속하게 통보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관련 설비의 수명과 노후 정도를 사전에 파악해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도 갖췄다.

 유신테크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실시간 점검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게 하고 여러 장소에 흩어진 시설물을 통합하게 함으로써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최순욱기자,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