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공장 안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작업을 해내는 ‘자율주행형 제조로봇’을 국내 기업이 세계 첫 개발했다. 붙박이로 고정한 기존 산업용 로봇에 비해 기동성을 갖춘 신형 로봇은 작업반경에 제한이 없어 각종 생산현장에서 큰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산업용 로봇업체 스맥(대표 원종범)은 일산 KINTEX에서 열린 서울국제공작기계전(SIMTOS 2008)에 자율주행형 제조 로봇(모델명 돌쇠)를 공개했다. 돌쇠는 가정용 로봇의 기동성과 산업용 로봇의 작업능력을 접목시킨 독특한 개념으로 전시회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로봇은 스스로 위치를 찾아서 두 팔로 CNC선반에 금속가공물을 장착한 뒤 완성한 제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시범을 보여 국내외 공작기계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자율주행 로봇이 작업자를 대신해 공작기계를 관리하는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설정만 제대로 해놓으면 직원들이 공장을 비워도 밤새도록 로봇이 여러 대의 공작기계를 돌리면서 철야 작업을 할 수 있다. 자율주행 로봇의 핵심기술인 위치측정도 초음파 센서와 비전 카메라를 이용해 3mm 이내 오차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돌쇠의 몸무게는 배터리를 합쳐서 130Kg, 사람과 비슷한 초속 1m로 작업현장에서 이동한다. 로봇팔이 드는 가공물의 무게는 최대 10Kg이다. 스맥의 신형 로봇은 기존 고정형 로봇 장비가 가진 공간의 제약성과 설비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할 가능성을 열었다. 산업용 로봇은 작업대에 고정된 장비라는 통념을 깨고 가정용 로봇의 기술을 접목시킨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공장 내에서 로봇 위치를 이동시키는 방법은 천정에 레일을 설치하고 작업용 모듈을 매다는 갠트리 로봇(gantry robot)이 거의 유일했다.
회사측은 신형 로봇이 특히 중소기업현장에서 공작기계와 연동성에 우수한 능력을 갖췄으며 기능보완을 거쳐 내년 이후에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종범 스맥 사장은 “일본, 독일에도 자율주행형 로봇을 제조현장에 투입한 사례가 아직 없다”며 “기동성을 갖춘 작업용 로봇은 앞으로 중소제조업체에서 한 사람 몫을 거뜬히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