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네가 친 공 있잖아. 정말 담장 넘어갈 줄 알았어. 그걸 확 채서 잡다니. 아깝데∼!”
모처럼 친선 야구 게임을 끝내고 삼겹살 집에 둘러앉은 ‘불칸’ 회원이 놓쳐버린 홈런 기회를 아쉬워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한 회원은 2점을 뒤지던 상황이라 역전할 수 있었는데 상대편 외야수가 얄밉게 공을 낚아챘다며 혀를 끌끌 찼다.
불칸은 IT서비스 기업인 현대정보기술의 전·현직 사원으로 구성된 야구 동아리다. 2001년 정식 발족돼 햇수로 8년째 이어지고 있다. 동아리 이름은 망치질을 하듯 야구공을 잘 치고 멋진 시합을 해 나가자는 뜻으로 대장장이 신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불칸 회장이자 감독을 맡고 있는 함원일 현대정보기술 기획팀 부장은 “아주 우연히 야구를 좋아하던 몇몇 동료들이 모여 건물 옥상에서 캐치볼을 하다가 동아리가 시작됐다”며 “처음 1년은 다른 팀들의 연습상대로 뛰다 야구 유니폼을 입고 사회인 리그에서 시합하고 싶어 팀 이름과 로고를 만들고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리를 시작할 때는 회원들 대부분이 신입사원이었는데 이들이 벌써 과장급이 됐다. 회원은 여직원 서포터스를 포함해 22명이다. 현재 현대정보기술을 떠난 회원이 40% 정도지만 여전히 불칸에서 야구를 할 정도로 관계가 끈끈하다.
현재 불칸은 ‘천우리그’라는 사회인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야구선수 출신이 없어 4부에서 시합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사회인 리그인만큼 모델인 모임, 고교 동창 모임, 동네 친구 모임 등 다양한 팀과 시합한다. 서울시 송파구 삼전동에 있는 배명고등학교 야구운동장에서 두 달에 세 번 꼴로 야구 시합을 벌인다.
함 부장은 “야구라는 수평적 취미를 가지고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8년이라는 활동기간이 오래됐다는 느낌이 없다”며 “예전 한 시합 7회 마지막 공격에서 3루타를 때려 역전승을 이끈 김상환님이 홈에 들어오며 하던 멋진 피날레를 잊을 수 없다”고 감회에 젖었다.
현재 IT기업 야구리그가 3∼4년째 운영되고 있다. HIT 불칸도 IT리그에는 아직 참여하지 않았다. 함 부장은 “IT리그에 참여해 IT서비스기업 중에서는 HIT가 야구 최강자라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우리가 속한 리그에서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우승하는 것이 회원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한편 함 부장은 야구 팬으로서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한국도 돔 구장을 가졌으면 합니다. 예산 낭비라고 떠드는 사람은 정말 야구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