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雙和湯)을 감기에 먹는 사례가 더러 있다. 약국에서 모 제약회사에서 나온 ‘쌍화탕’과 감기약을 같이 주기도 하고, 개인이 그냥 ‘쌍화탕’을 달라고 해서 사먹기도 한다. 일부 한약재긴 하나, 한의사의 진단 없이 먹을 수 있는 경로가 합법적이라는 현실이 좀 안타깝긴 하다. 여기서는 그런 문제는 접어두고 쌍화탕이 감기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쌍화탕은 본래 감기에 주로 쓰는 약은 아니다. 쌍화탕은 이름 그대로 두 남녀가 육체적 사랑을 과하게 해서 기력(氣力)과 진액(津液)이 소진된 때에 먹으면 딱 맞는 약이다. 흥분상태로 용을 쓰고 난 뒤에 기력은 떨어지고 허열(虛熱)이 남아서, 피곤하고 숨이 차서 좀 헐떡거리는 듯하고 미열이 있는 상태가 쌍화탕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는 때다.
감기에는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서 속에서 밖으로 기운을 따뜻하게 풀어주는 것을 치료의 큰 틀로 삼는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옛사람들과 달라서, 몸이 단단하지 않고 평소에 과로에 시달려 있다. 이런 상태에서 감기가 드니 단번에 감기와 한판 싸움을 벌이지 못하고 미적미적 오래 감기를 앓게 된다. 기력은 떨어져 있고, 감기와 싸우느라 미열이 나고 폐 기운이 지치고 갑갑해서 숨 쉬기가 답답해진다. 이런 사람에게 감기를 푼다고 과도하게 기운을 발산만 시키면 몸이 못 당한다. 도리어 감기 자체는 심하지 않고 기력이 지친 이런 사람에게는 쌍화탕 같은 약이 제법 어울릴 수 있다.
꼭 감기 걸렸을 때 말고도 피곤이 많으면서 허열 있는 사람 중에는 쌍화탕이 잘 맞는 일도 적지 않다. 현대인은 신경을 쓰면서 육체적 과로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상이 비슷하다고 쌍화탕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예로 습기가 많은 사람은 도리어 속이 답답해지고 열이 날 수도 있다. 쉽게 구하는 쌍화탕이지만, 한의사의 진단하에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