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융자금을 지원받는 태양광 발전설비의 국내 인증모듈 사용 의무화가 새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모듈사업자가 폭리를 취할 수 있고 중소 발전사업자의 시장 참여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에 의무화를 당분간 유예해야 한다는 시각과 그래도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정부 융자금을 받은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에너지관리공단이 인증하는 모듈을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중소 사업자 “의무화가 품귀 부채질”=중소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이 제도를 당분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국제적인 태양광 모듈의 품귀현상으로 모듈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다 인증모듈의 사용 의무화로 공급 부족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 가격은 작년 동기 대비 평균 20∼25% 올랐다. 더욱이 정부가 국내 태양광 발전 누적량이 100㎿에 도달하면 정부가 3㎾ 이상의 발전설비에 ㎾h당 677.38원으로 구매하고 있는 현 기준가격을 낮출 예정이어서 하루라도 빨리 진출하려는 중소사업자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누적 태양광 발전용량은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62.56㎿다.
중소사업자의 성장을 위해 의무화 유예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소사업자들이 태양광 발전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는 사이 정부 융자금을 지원받을 필요가 없는 대기업이 100㎿ 용량 한도를 소진하고 나면 중소사업자의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태양광 발전산업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우려했다.
윤재용 한국태양광발전업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에너지관리공단이 인증한 모듈이 30개 정도 되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실제로 중소사업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듈은 10개 미만”이라며 “한시적으로나마 의무화가 유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계 발전 차원에선 필요하다는 반론도=국내 태양광산업 생태계의 발전 차원에서 의무화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강경하다.
이런 주장을 펴는 측은 모듈 가격 상승은 환율 및 전 세계적인 실리콘 가격 상승으로 비롯된 것이지 의무화의 영향으로 볼 근거가 없다는 견해다. 100㎿ 내에 진입하기 위해 앞다퉈 모듈을 구입하려는 중소사업자가 스스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인증제품 사용 의무화를 통한 해외의 저가·저품질 모듈의 국내 확산 방지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발전사업자-모듈사업자-소재사업자에 이르는 전체 국내 태양광 산업의 수직 계열화와 실리콘 소재 투자 확대 기반 마련이 제도 유지를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각국 등도 WTO 등에 대비해 각종 인증으로 자국산업 보호 및 육성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듈·소재 산업을 미리 육성해 놓지 못하면 후에 태양광 발전이 확산됐을 때 국내 태양광 발전업계가 해외 기업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집행하는 에너지관리공단도 의무화를 유예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보급실장은 “제도의 정착을 위해 오히려 어려운 때일수록 제도를 더욱 충실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욱기자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