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부스의 칸막이 뒤편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는 50여명의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최근 막을 내린 ‘CTIA 2008’에 참관했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시회장에서 ‘10년 전 자신을 보았다’고 한다.
앞 문장의 주인공은 중국 화웨이 직원들이고, 후자는 LG 관계사 중간 관리자다. 대한민국 보통 사람이 지나가다가 그 모습을 봤다면 ‘썩소(?)’와 함께 ‘중국 X들…’ 식의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10년 전 우리의 선배들이, 혹은 자신이 그런 모습으로 새 시장을 개척한답시고 온 세계를 누비며 오늘을 만들어왔다는 점은 망각한 채 말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CTIA 2008의 화웨이 직원과 햄버거를 통해 10년 전 자신과 동료들이 가졌던 ‘열정’을 봤다고 한다.
세련된 모습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최고의 전시회를 누비는 2008년에는 갖고 있지 못한, 칸막이 뒤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촌음도 아까워했던 당시의 그것을 말이다.
그는 화웨이에서는 아직도 1년에도 몇 명씩 과로사한다는 말도 전했다. 10년 전 XX전자에서 1년에 몇 명씩 과로사했었다는 점과 함께.
복지나 인권의 차원을 떠나, 그의 설명에는 ‘맹목적인 열정’을 향한 부러움이 묻어났다. 특히 그는 열정이 살아 있는 화웨이가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부러움과 함께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10년 전의 그 열정을 되살리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음 전시회 취재할 때는 전시 부스 뒤 한쪽에서 햄버거를 든 국내 기업 관계자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더라도 그런 열정을 가진 ‘빛나는 그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홍기범기자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