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드 파트너]IT유통업계 `멀티벤더` 바람

최근 수년간 국내 IT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IT유통업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정 벤더(IT공급업체)에 의존하던 기존 영업에서 탈피해 복수의 벤더와 총판 계약을 맺는 ‘멀티벤더’ 전략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LG엔시스(대표 정태수). 이 회사는 지난 2월 한국EMC와 총판 계약을 했다. 이로써 LG엔시스는 IBM·HP·선 등 주요 서버·스토리지업체 모두와 총판 계약을 맺었다.

새로운 벤더와 거래하면 기존 벤더에서 유무형의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유통업계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결단이었다. LG엔시스 측은 한국EMC와의 총판 계약 체결과 관련, “더 이상 단일 벤더 유통사로는 성장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따라 멀티벤더 전략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 시대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HP 총판으로 x86서버를 유통하는 영우디지탈(대표 정명철)은 관계사인 EPA를 통해 IBM x86서버도 유통한다. 사업 주체는 다르지만 한 식구가 경쟁사 제품을 각기 공급하는 형국이다. 이에 더해 영우디지털은 지난달 가상화솔루션 VM웨어 총판권도 획득했다. VM웨어는 HP, IBM과 경쟁 관계에 있는 EMC가 인수한 회사다.

반면에 이와 달리 철저히 전문화 전략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 스토리지 전문 유통업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일부 소형 제품을 제외한 중대형 제품은 철저히 HDS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고객이 효성인포메이션을 HDS의 한국 지사로 착각할 정도로 효성인포메이션과 HDS의 관계는 각별하다.

IT유통업계 관계자는 “‘단일벤더’나 ‘멀티벤더’는 어느 것이 더 좋다는 차원보다는 각 업체가 얼마나 자사에 적합한 전략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다만 멀티벤더를 택하는 기업이 느는 것은 그만큼 벤더와 유통업체 간의 관계가 수평화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