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IT(GT)가 미래다](14)오토데스크

[그린IT(GT)가 미래다](14)오토데스크

 ‘그린(Green)’이라는 단어가 산업 전 분야에 걸쳐 화두로 등장하면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오토데스크가 바로 그 기업이다.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5년 동안 제조·건축·미디어 등 산업에 설계·문서화·시각화·운영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디자인 단계에서 ‘그린’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지원한 업체기 때문이다.

 오토데스크는 포천지가 선정하는 100대 기업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상당수 글로벌 기업이 생산하는 제조품·건물·인프라·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그린 디자인을 접목시키고 있다.

 ◇제조에서 영화산업까지 ‘그린’ 디자인=칼 바스 오토데스크 CEO는 지난 2월 진행된 ‘오토데스크 월드 프레스 데이 2008’에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 등에 맞춘 ‘지속 가능한 디자인 솔루션’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오토데스크의 시각화 기능과 시뮬레이션·분석기능 등을 활용해 디자인 혁신을 통한 ‘그린IT’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다.

 오토데스크는 ‘그린IT’는 친환경 디자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어 설계 시 친환경적인 요소는 물론이고 저전력·재활용을 실현해 에너지와 폐기물 감소를 이뤄낸다.

 실제로 제조 분야에서 오토데스크의 설계를 활용, 완성품 모형에 들어가는 폐기물을 현저히 줄인 기업이 많다.

 칼 바스 회장은 “하나의 자동차나 휴대폰의 최종 제품을 설계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모형을 만들고 폐기해야 한다”며 “오토데스크의 최신 디자인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하면 직접 모형을 만들지 않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외관을 확인하고 완성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수 있어 폐기물 양산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제품 생산에 사용됐던 부품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사용했던 부품 중 활용 가능한 것을 분석, 설비투자를 줄이고 부품을 재활용할 수가 있다.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오토데스크 솔루션은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세트장 등 물리적으로 차지하는 공간을 가상화해 대규모 세트장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제작에 쓰는 필름 양도 줄여준다.

 ◇그린설계의 핵심 BIM=오토데스크의 솔루션은 특히 건물과 환경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미국은 글로벌 에너지 소비량의 24%를 차지하며 이 중 건축물에서의 소비가 38%에 이른다. 빌딩 건설과 유지를 위해 미국 전체 전기의 65.2%, 주요 에너지 자원의 36%가 소비돼 빌딩 건설로 인한 환경 문제는 심각하다.

 이를 해결한 솔루션이 바로 빌딩정보모델링(BIM) 기술이다. BIM이란 2차원 캐드에서 구현하는 정보를 3D 설계로 전환하고 건축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연계하는 시스템이다. 가상공간에서 시각화·시뮬레이션·분석을 통해 비용·공기·시공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예측해 건설과 건축 단계의 효율성을 높여 준다는 것.

 건물이 지어질 지역의 일조량을 분석, 최적의 조명과 난방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고 어떤 자재를 이용했을 때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도 미리 분석한다. 한마디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설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BIM은 뉴올리언스의 고지 고밀도 주택프로젝트를 비롯해 중국에 건설된 12층짜리 복합건물 등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환경 프로젝트 설계에 적용 중이다.

 ◇그린설계 선도자 역할=오토데스크가 자체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속 가능한 그린 설계 원칙 채택 비율이 50%로 높아졌다. 오는 2010년에는 100%에 이를 전망이다.

 이미 미국의 공공발주는 4년 전부터 100% BIM으로 이뤄진다. 유럽 각국과 노르웨이도 모든 건설 도면이 BIM으로 이뤄지고 있다. 두바이나 유럽의 세계적인 건축들 또한 BIM으로 디자인돼 시공 중이다.

 남기환 오토데스크코리아 대표는 “BIM의 무한한 장점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됐다”며 “국내에서도 서울시를 비롯한 국책건설과 토목산업에 3D 모델링 기법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사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에 있는 건축회사 앤더슨 아키텍처의 관계자가 오토데스크를 찾았다. 중국에 12층짜리 주상복합 단지를 개발하는 ‘우한 블루 스카이 프로토타입’ 프로젝트를 설계하기 전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중국의 환경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설계부터 철저히 ‘그린’이라는 개념을 적용한 공사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에 설계 BIM을 적용했다. ‘오토캐드(AutoCAD)’를 비롯해 애니메이션과 모델링 솔루션 ‘오토데스크 3ds 맥스’와 ‘오토데스크 마야’가 동원됐다.

 각 솔루션은 유기적으로 결합된다. ‘오토데스크 마야’는 설계 단계에서 더욱 유연하고 모형화된 구조물의 원형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마야로 모델링 한 작업을 ‘레빗’ 모델로 완벽하게 통합하고 설계를 마무리한 ‘레빗’ 모델은 ‘3ds맥스’를 이용해 고품질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식이다.

 이로써 완성된 ‘우한 블루 스카이 프로토타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에너지 효율성과 자연환기를 최적화하는 한편 토지사용과 담수사용을 최소화하는 설계가 이뤄졌다.

 건물 성능을 평가하는 ‘IES’와 햇빛과 바람의 방향을 분석한 ‘레빗(Revit)’이라는 솔루션을 바탕으로 건물 형태도 결정했다. 여름에는 그늘과 바람을 제공하고 겨울에 햇빛을 유도하고 바람을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빗물을 관개용수와 비식수용 가정용수로 재활용하도록 건물구조 용적도 수량화했다.

 이 같은 설계가 가능한 것은 오토데스크 솔루션이 제공하는 매개변수 기능 때문이다. 이로써 건축가와 설계자는 건물의 다양한 구조를 실험해 보며 실시간으로 모든 요소들의 균형을 잡아갈 수 있다.

 앤더슨 아키텍처는 오토데스크를 이용해 구조물의 공기 흐름과 내부 공간의 실험적 시도가 주는 혜택을 현실감 높은 렌더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됐다.

◆인터뷰-남기환 오토데스크코리아 사장

 “환경 문제는 사후 개념이 아닙니다.”

 남기환 오토데스크코리아 사장은 기업들이 ‘그린’ 개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설계솔루션이 주력인 오토데스크코리아는 이미 고객으로부터 그린IT 설계토대를 마련해주는 선구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이 기업 활동의 부산물로 나타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사회 활동을 추진했다면 이제는 사전에 제품의 디자인,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기업 활동의 모든 과정에서 친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 자체를 최소화해야 근본적인 환경 문제 해결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모든 산업 분야에서 디자인 단계부터 미리 그린IT를 시각화해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이를 위해 필요한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오토데스크와 같은 개별 업체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파트너사와 사용자가 함께 나서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업고객, 채널파트너는 물론이고 제품을 사용하는 일반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디자인의 비전과 혜택에 대한 공감과 협조가 있을 때 그린디자인을 실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대형 건축사와 시공사 등 관련 업계 이해관계자들은 BIM에 대한 공감 속에서 관련 SW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소비자의 인식전환도 중요한 포인트다.

 “최종 디자인을 확정한 서울시 새 청사의 사례는 미래형 첨단·친환경 빌딩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프로젝트가 결실을 보기 위해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 그린 빌딩·디자인에 소비자의 인식변화도 필요합니다.”

 그는 “미국 내 많은 기업이 두 배가 넘는 임차료를 감수하면서 미국의 그린빌딩협의회가 선정하는 LEED 인증 건물을 선호하고 있는 점은 생각해 볼 일”이라며 “그린 환경은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고려할 때 더 비용 효과적이며 그린 빌딩에 입주함으로써 직원 병가율이나 결근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주문정차장 mjjoo@etnews.co.kr 홍기범, 정소영, 양종석, 류현정, 최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