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주개발 현장을 가다](하)우주가 미래다

 지난 2006년 우리나라 다목적 실용위성 2호가 발사된 러시아 군사도시 플레세츠크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보고 놀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80년대 이미 2000번째 원숭이를 태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는 기념물이었다.

 이번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가서는 60m가 넘는 소유스 발사대를 보며 유인 우주기술, 특히 경제성을 갖춘 유인 로켓 시장마저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바이코누르는 플레세츠크처럼 군사용 대륙간 탄도탄(ICBM) 발사기지를 민용으로 전환, 상업화에 나서고 있는 ‘자본’이 군사전략 기술과 적절히 접목된 민군겸용 도시였다.

 ◇콧대 높은 러시아=우리나라가 올해 말 쏘아 올릴 발사체 ‘KSLVⅠ’의 상단부 제작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맡았지만, 핵심이 되는 1단 부분과 로켓엔진은 러시아 후르니체프가 책임지고 있다.

 실제로 모스크바 인근에 있는 후르니체프를 방문했을 때도 이 엔진에 관한 한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기 위해 흰 천으로 가려 놓는 등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었다.

 세르게이 샤예비치 후르니체프 프로그램 디렉터는 “미국도 우리 엔진을 가져다 쓰고 있다”며 “기술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고 기술우위의 자부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에 백홍열 항우연 원장은 “엔진을 사올 수만 있다면 우리 기술력으로 제품화할 수 있다”며 “올해 말 발사하는 ‘KSLVⅠ’에서 엔진을 회수하면 뭔가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래도 약점은 있다=최근 경제사정이 좋아지긴 했지만 러시아는 크게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 하나는 자본력의 빈곤이고, 다른 하나는 달러화 약세로 인한 재정적 손실이다.

 블라디미르 E 네스테로프 후르니체프 사장의 말대로 달러화 약세로 인해 15%의 손해를 입어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

 러시아는 어느 나라보다 먼저 국제우주정거장인 미르와 ISS를 구축했지만 지금은 16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프로젝트로 변형해 운영하고 있다. 400억달러가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 ISS를 혼자 감당하기가 벅차 궁여지책으로 국제 협력에 나선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러시아 연방우주청 아나톨리 페르미노프 청장은 한국의 ISS 참여에 대해 미국과 일본 등 참여국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로 후르니체프 방문 중에는 한국의 ISS 참여를 은근히 권고했다. 그만큼 투자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나톨리 페르미노프 청장은 “한러 합작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나로우주센터에서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 양국 간의 인력 교류와 전문가 양성 등에 공조체제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협력에 대해 러시아도 우리만큼 ‘몸’이 달아 있다는 것이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측의 분석이다.

 ◇한국의 과제 뭔가=한국 첫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떠다니는 모습을 신기해하며, 한국 청소년이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미 전 세계 우주인은 155명이나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동구권 국가 대부분이 우주를 밟았다. 심지어 말레이시아까지도 최근 우주정거장을 다녀갔다.

 이에 대해 항우연 측은 우주인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의 우주 관련 기술 개발의 일부분이라는 의견이다. 우주에 첫발을 디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긴 하지만 우리나라 우주 기술 개발의 본류는 위성과 로켓이라는 것.

 항우연이 고개를 숙이고, 러시아와의 우주 협력에 목을 매는 이유다.

 백 원장은 “지금부터 딱 10년만 기다려달라, 10년 후면 우리나라 우주관련 기술은 세계 10대 강국에 충분히 들어갈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터뷰-알렉산드르 프로시노프 사장

 “발사대에서 1.5㎞ 떨어진 공장에서 소유스를 가지고 나와 운반하는 데만 2시간 30분이 걸립니다. 발사대를 세우는 작업만 족히 5시간은 걸릴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우주인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이 처음 하늘로 향했다고 해서 ‘가가린의 스타르트’라고 불리는 ‘소유스 TMA-12’의 발사대 앞에서 만난 아스트라시스템스 알렉산드르 프로시노프 사장은 “발사체 운반과 세우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며 “전체 공정 자체가 워낙 신중하다 보니 작업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소유스는 유인 우주선입니다. 이 우주선은 바로 이곳에서만 올라가는 것이죠.”

 프로시노프 사장은 “지난 2000년 왕복 우주비행선을 개발, 1회만 성공적으로 테스트하고 시험을 접었다”며 “사업을 접은 것은 바로 미국의 예처럼 위험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로시노프 사장은 또 “로켓의 연료는 상단부부터 채워 마지막 발사일 하단 부스터에 채워 넣게 된다”며 “우리 로켓은 거의 실패가 없다”고 자랑했다.

 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