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산학협력단장 및 연구처장을 맡고 있는 A 교수는 최근 신문에서 타 대학 기술 지주회사 관련 기사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재단 측이 지주회사 설립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보유 기술의 수익성 문제로 일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 교수는 “돈 될만한 기술이 별로 없는 학내 보유 연구·특허 기술들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며 “우리 학교의 경우 시작할 돈은 있지만 비전을 생각하기 어렵다. 다른 대학들이 주저하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학가에 불고 있는 기술지주회사 열풍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대학들이 있다. 서울대, 카이스트, 서강대, 한양대 등이 상반기 지주회사 설립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많은 대학이 기술 지주회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돈 될만한 기술이 없어’ 설립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지방 국립대나 수도권 중위권 대학에서 심각하다. 이들 대학은 수익을 내는 기술이 거의 없어 보유 기술 건수만을 가지고 사업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이전 등 사업화를 꾀할 만큼 ‘괜찮은’ 기술은 손에 꼽힐 정도. 서울 소재 A대학은 매년 특허를 유지하기 위해 8000만원에서 1억 여원 가량을 쏟아붓고 있지만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은 10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기술 지주회사가 현재 대학 간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대부분 돈이 되는 기술들은 이른바 공대 빅3인 카이스트나 서울대, 포항공대 등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이 교육인적자원부 자료를 받아 분석한 자료만 봐도 기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도드라진다.
조사대상 131개 대학 중 기술이전 사업에서 순이익을 낸 대학은 단 25개에 불과하다. 전체 대학의 11%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대학 중 34개 대학은 기술이전 수입보다 기술보유 비용이 많아 오히려 적자를 기록했다.
절반이 넘는 72개 대학은 기술보유 비용은 지출하고 있지만 기술이전·특허 출원 실적이나 수업이 전혀 없었다. 기술 지주회사로 교육 재투자와 대학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인것이다.
허탁 건국대학교 교수(산학협력단장 및 연구처장)는 “기본적 대학연구 현실의 체질 문제도 돈 되는 기술이 몇 개 없을 수밖에 없도록 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미 설립된 대학 기술 지주회사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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