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학원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차량의 긴 행렬이 눈에 띄게 늘었다. 어린이 대상의 강력사건이 빈발하면서 부모의 불안감이 높아진 탓이다. 일부 흉악범 때문에 전체 국민들이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도 크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정치권은 총선 이후 성범죄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줄줄이 쏟아낼 참이다. 다음달 열릴 임시국회에서 미성년자 피해방지 처벌법(혜진·예슬법), 특정 성폭력범죄자 전자팔찌 의무화법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될 게 확실시된다. 특히 관심을 끄는 전자팔찌 제도는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성폭력범의 위치를 경찰당국이 24시간 추적할 수 있어 성범죄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10월 말부터 재판부는 어린이 성폭력 전과가 있거나 재범위험이 높은 성폭력 범죄자에게 일정기간 전자팔찌 착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시민의 기대와 달리 전자팔찌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적잖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해 보인다. 주무부서인 법무부에 따르면 당장 6개월 뒤부터 전자팔찌 감시시스템을 운용하려면 담당 인력을 지금부터 교육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공무원 감축정책 때문에 인력수급이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전자팔찌를 거의 완성됐지만 운용매뉴얼이나 감시전문가는 아직 없는 셈이다.
첨단기술이 모든 범죄를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정부가 기나긴 성범죄와 전쟁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전자팔찌 제도의 정착에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전자팔찌의 기술적 완성도보다 새로운 교정도구를 어떻게 운용할지 사회적 합의와 제도개선, 전문가 양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소중한 어린이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 기성세대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