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융합 시대에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킬러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IPTV, DMB, 와이브로 등 뉴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경쟁적으로 영화·애니메이션을 확보하려는 노력에서 이들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머스트 해브’ 콘텐츠임을 알 수 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킬러 콘텐츠로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제작된 콘텐츠의 완성도가 높아, 기본적인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화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구로 뉴미디어의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뉴미디어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사 간 제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IPTV 3사, 최신 영화 확보 신경전=킬러 콘텐츠인 영화 확보 경쟁은 하나TV, 메가TV, 마이LGTV 등 IPTV 3사의 콘텐츠 전략에서도 엿볼 수 있다. 3사 모두 IPTV 서비스를 위한 주요 콘텐츠로 영화를 꼽고, 보다 다양한 최신 영화를 확보하기 위해 배급사와 손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하나TV 유료 매출의 기본 소스로 최신 영화를 삼고 있다. 비용 효율성과 지나친 경쟁 지양을 위해 비독점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서비스 시기와 유료 모델 등을 다양하게 운용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올해 초 CJ엔터테인먼트와 제휴해 최신 영화를 극장 종영 1개월 후 DVD보다 더 빨리 하나 TV에서 공급하는 ‘하나박스’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하나로텔레콤은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 인터내셔널과 워너브러더스와도 모든 신작영화를 홈비디오 출시와 동시에 하나TV에서 제공하는 계약을 했다.
또 극장용 애니메이션, 드라마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와 계약해 ‘캐리비안의 해적’ ‘카’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KT는 소니, 워너브러더스에 이어 20세기 폭스, 디즈니와도 계약해 판타스틱4, 캐리비안의 해적과 같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인기 영화와 내셔널 트레저, 라따뚜이 같은 가족용 영화를 고루 확보하고 있다. 자회사인 KTH를 통한 콘텐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TH는 아이비전, 유레카픽쳐스, KD미디어, 스폰지 등 국내 주요 영화제작사들과 국내외 영화 콘텐츠의 500여편의 뉴미디어 판권 독점적인 권리를 소유하고 있으며 메가TV에 영화, 음악, 드라마 콘텐츠의 70%를 공급 중이다.
LG데이콤은 국내 최대 HD급 영화 및 문화 콘텐츠 확보와 세계 메이저 영화제 수상작을 비롯한 국내외 최신 화제작 공급을 주요 콘텐츠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달 선보인 HD갤러리를 통해 국내외 최신 개봉 영화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공급하고 있다.
◇좋은 애니메이션, 채널 선택 이유=애니메이션이 방통융합 시대에 킬러콘텐츠로 주목받는 이유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아동을 대상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뉴미디어를 향유하는 계층이 30대를 전후로 한 경제력이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유아용 콘텐츠는 새로운 미디어를 고를 때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된다.
실제로 케이블TV, DMB, IPTV 등의 뉴미디어에 애니메이션 채널이 따로 운영되는 것에서도 애니메이션이 향후 영상 분야에서 킬러 콘텐츠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뉴미디어 사업자들이 애니메이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다양하다. 뉴미디어 판권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투니버스는 현재 EBS에서 방영 중인 국산 애니메이션 ‘코코몽’을 제작, 지원하는 등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역시 뽀롱뽀롱 뽀로로에 이은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공동제작 등의 방식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추가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이 싸이더스FNH, KTF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 지원은 모바일에 특성화한 작품을 만드는 데 투자한다. 이 지원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은 KTF의 쇼를 통해 선공개된 후 TV 등 다양한 채널에서 상영된다.
2005년부터 IPTV로 유통할 영상 콘텐츠 판권 확보에 나선 KTH는 올해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강화할 계획이다.
◆노래방 서비스 `끝없는 진화`
더 이상 방에 갇혀 노래를 부르는 시대는 지났다. 노래방이 변하고 있다. 각종 방통융합 서비스와 결합하면서 노래방은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드는 콘텐츠가 되고 있다.
노래방의 가장 큰 변신은 노래방 기기를 접할 수 있는 장소의 변화다. 거실, 자동차 안 어디서든 노래방을 즐길 수 있다. TJ미디어가 작년 9월과 10월에 하나TV와 메가TV에서 선보인 노래방 서비스는 VoD 서비스를 제외한 양방향 서비스 중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일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금영은 CJ케이블넷, 티브로드 등 디지털 케이블 방송에 노래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 나오는 반주에 따라 PC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웹노래방’은 웬만한 음악 포털과 견줄 만큼 안정된 서비스가 됐다. TJ미디어가 웹노래방 사이트인 ‘질러(www.ziller.co.kr)’의 월평균 방문자 수만 15만∼20만명에 이른다.
이 외에도 X-BOX360, PS2와 같은 게임기에도 노래방을 응용한 게임 타이틀이 출시돼 있다. 일부 내비게이션 역시 노래방 기능이 들어 있어 교통체증 시나 긴 여행길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이처럼 노래방을 즐길 수 있는 미디어가 변하면서 노래방 문화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만드는 축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TJ미디어를 비롯한 노래방 기기 제작업체의 반주기에는 녹음 기능은 기본이다. 반주에 자신만의 목소리를 입힌 UCC를 만들어 서버에 전송하면 싸이월드 배경음악, 휴대폰 벨소리, 통화연결음으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본인이 부른 노래를 인터넷에 공개해 인기를 얻는 아마추어 웹노래방 가수도 등장했다.
엠넷미디어가 차세대 음원파일인 CP3를 활용해 선보인 유씨씽도 노래방의 진화한 형태다. 엠넷미디어는 유씨씽에 참여하는 네티즌을 대상으로 오디션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애니메이션 기대주 ‘아이코닉스’
‘뽀롱뽀롱 뽀로로’로 전 세계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은 아이코닉스(대표 최종일)는 뉴미디어 시대에 대비한 투자 전략을 잘 세운 선례로 꼽힌다.
이제까지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공중파에서 방영 여부가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였다. 지상파에서 방영이 확정되면 부가사업까지 연계되는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케이블 방송, 인터넷 매체 등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타 매체의 노출과 다양한 미디어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아이코닉스는 ‘뽀롱뽀롱 뽀로로’ 제작 당시 하나로텔레콤을 공동제작자로 들였다. 그 결과 아이코닉스는 애니메이션을 대중에게 보여줄 다양한 채널을 확보했고, 하나로텔레콤은 수준 높은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김종세 아이코닉스 이사는 “공중파 방송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기획 초창기부터 뉴미디어 사업자까지 아우르는 투자계획과 노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미디어 사업자들이 단순히 투자자로서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사업, 마케팅까지 공유함으로써 시장에서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코닉스의 이 같은 전략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단순히 하나TV에서 제공되는 애니메이션을 넘어 꼭 필요한 키즈 콘텐츠가 됐다.
국내 최초의 시트콤 애니메이션 ‘우당탕탕 재동이네’, 최초의 남북합작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 등을 제작한 하나로텔레콤의 경험과 아이코닉스의 창의력이 더해져 뽀롱뽀롱 뽀로로 같은 킬러 콘텐츠를 만든 셈이다.
현재 아이코닉스의 신작인 ‘치로와 친구들’ 역시 이런 방식으로 제작돼 새로운 애니메이션 킬러 콘텐츠의 역사를 이을지 주목된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