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는 1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일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지식산업 밸리를 자랑하지만 높은 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삭막하기만 하다. 실제로 이 곳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길과 아파트형 공장 앞 광장이 인간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코오롱디지털타워빌란트가 3억5000만원을 들여 건물 앞 광장에 분수와 간이 상설 공연장을 설치하면서 G밸리에 변화가 일고 있다. 기능과 효율 중심의 G밸리가 자연과 감성이 더해진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따뜻한 G밸리를 꿈꾼다=구로구청은 벤처센터부터 시흥대로까지 이어지는 ‘창조길’을 ‘디지털&이모션’이란 컨셉으로 새 단장한다. 90그루의 가로수를 심고, 거리 곳곳에 녹지공간(플랜트박스)을 조성해 입주 근로자에게 휴식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전신주에 매달린 전선을 땅밑으로 옮기는가 하면 어지러운 간판도 정비한다. 밤엔 LED 조명을 설치해 야경도 산뜻하게 바꾼다. 입주기업 앞 광장에는 개별 기업과 협의해 미디어아트, e스포츠 게임장, 애니메이션 전용관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문화 충전지다.
총 4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창조길이 서울디자인거리로 선정돼 시로부터 39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소프트 파워가 강해진다=G밸리 디자인의 변화는 산업 구조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제조업체 중심이던 G밸리는 2002년 이후 소프트웨어·콘텐츠·멀티미디어 등 지식 벤처기업으로 바뀌었다.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요구받는 것은 창조력과 같은 소프트파워. 딱딱한 건물보다 아늑한 녹지 공간과 경관이 소프트파워를 북돋는다.
안기정 전시디자인AM 소장은 “지식산업은 매우 정신 집중적인 산업이어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며 “녹지 조성, 경관변화 등은 창조력 향상, 업무능력 고취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한몫=G밸리 디자인 혁신은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가장 먼저 기대되는 변화는 입주 기업과 근로자의 자긍심 고취다. 구선완 구로구청 도시디자인팀장은 “테헤란에 비해 많은 벤처기업이 입주해있지만 아직까지 지역민의 자긍심은 이에 못미친다”며 “디자인의 변화가 역시 G밸리란 이미지를 갖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로구청은 G밸리의 변화가 관광자원으로써도 가치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구선완 팀장은 “디자인으로 조성된 쾌적한 환경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지식밸리라는 상징적 의미까지 더해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터뷰-한병준 한국전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이 사업하는 데 더 없이 좋은 입지 조건입니다. 바로 정보가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한병준 한국전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서울디지털밸리의 애찬론자다. 그럴만도 한 것이 한국전산업협동조합 450여개 조합원 중 100여개 기업이 구로와 가산디지털 단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조합 사무실은 물론 한 이사장이 경영하는 유일전산콘트롤도 구로 디지털단지에 있다. 유일전산컨트롤은 사무실을 확장하기 위해 최근 단지내 다른 사무실을 매입했다. 한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서울디지털밸리에 찾아든 것은 바로 정보와 지원 때문이다.
한 이사장은 “기업들이 하나 둘 몰려드니 정보교류가 그 어느 지역보다 활발하게 이뤄진다”며 “처음에는 기업들이 비용과 등록세 면제 등 세제 혜택 때문에 몰려들었지만 지금은 사업 잘 하려고 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3개 단지에 입주한 기업 중 80% 가까이 IT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쉽게 만날 수 있어 정보교류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인력이 밀집되어 있다 보니 인력의 효율적인 운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 이사장은 어떤 기업이 큰 프로젝트를 수주했을 때 같은 건물에 있는 기업과 합심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직접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운영 비용 절감도 중소기업에겐 매력적이다. 임대료가 강남에 비해 월등히 싼 데다 취득세·등록세 면제 혜택도 얻을 수 있다고 한 이사장은 강조했다.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도 좋은 조건으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장은 서울디지털밸리가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꼬집었다. 교통과 환경 문제가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지원시설의 확충이다. 교통과 환경 문제는 기업들이 갑작스레 몰려들다보니 발생한 문제들이다. 구청을 비롯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원시설문제도 이와 맞물려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한 이사장은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예전 굴뚝 산업을 위한 산업단지에 관련 법이 적용되다 보니 은행이나 각종 식당시설을 비롯한 지원 시설이 20%로 제한됐다”며 “서울 디지털밸리에는 기업들을 따라 각종 협회들도 많이 입주했는데 이들은 자체 사업을 벌이지 않을 경우 지원 시설로 분류되는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베이션인포테크널로지, G밸리 콜센터 강자로 부상
이노베이션인포테크널로지는 국내외에서 콜센터 및 회선 구축 계약을 잇따라 맺으며 콜센터 업계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고객센터(CTI)전문 IT서비스(SI) 및 솔루션 기업 이노베이션인포테크널로지(EIT·대표 강보선)는 지난 1분기에 총 22억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G밸리에 둥지를 마련한 EIT의 올해 매출 목표는 70억원이다.
지난 3월까지 HK상호저축은행(상담원 100명), 소니코리아(상담원 30명), 안철수연구소(상담원 30명) 등과 신규 고객센터 구축 계약을 맺었다. 신한카드(520명), 현대하이카보험(120명) 등과 기존 고객센터를 증설하기로 계약했다. 지난해 10월 KT와 함께 진행했던 상담원 600명 규모의 국민건강보험공단 2차 콜센터 구축 프로젝트도 이달 1일에 완료해 운영에 들어갔다.
강보선 사장은 “고객사의 특징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 게 주효했다”며 “주 고객사인 현대카드·CIC 코리아·C&M 텔레웍스·한솔교육 등에도 직원 파견 등을 통해 안정적 콜센터 운영 여부를 집중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EIT는 중국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말 자체 개발한 음성녹취시스템 ‘e보이스’ 솔루션 6000회선을 중국건설은행(CCB)에 공급하기로 계약하고 지난달 2000회선 규모를 수출했다. 강 사장은 “작년부터 중국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해 왔다”며 “핑안(PingAn)보험사 등 올해 30만달러의 수출을 예상한다”고 말했다.